친환경선 1942척 밀려드는데…연료 공급망 ‘제자리’
메탄올 벙커링 항만 25곳 그쳐
암모니아 상업 벙커링, 울산뿐
2026-11-03 10:59:45 ㅣ 2026-11-03 10:59:45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글로벌 해운업계의 대체연료 추진 선박 주문이 전체 신조선 물량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이 선박들에 연료를 넣어줄 항만 인프라는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메탄올과 암모니아는 공급 가능한 항만이 손에 꼽을 정도여서 연료 확보 여부가 선박 운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울산항에서 HD현중 암모니아 추진선에 선박연료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 (사진=롯데정밀화학)
 
영국 선급 로이드선급(LR)은 2일(현지시각) 발표한 ‘Fuel for Thought: Ports’ 보고서에서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 대체연료 추진 가능 선박의 발주잔량이 1942척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클락슨리서치 집계 기준 전 세계 신조선 발주잔량의 47%(총톤수 기준)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연료별로는 LNG 추진 가능 선박이 1259척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메탄올 385척, LPG 139척, 에탄 55척, 수소 53척, 암모니아 45척, 바이오연료 22척 순이었습니다. 신규 주문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선급 DNV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체연료 선박 신규 발주는 311척으로 전년 동기보다 53% 증가했습니다.
 
반면 연료 공급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LR에 따르면 LNG 벙커링(선박 연료 공급)이 가능한 항만은 전 세계 222곳이지만 메탄올을 공급하는 항만은 25곳에 그쳤습니다. 메탄올 추진 가능 선박 385척이 주문돼 있는데 연료를 넣을 수 있는 항만은 25곳뿐인 셈입니다.
 
암모니아는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상업적 암모니아 벙커링이 이뤄진 항만은 전 세계에서 울산항 1곳뿐입니다. 울산항에서는 지난 4월 23일 HD현대중공업(329180)이 건조한 4만5000㎥급 암모니아 이중연료 가스운반선에 롯데정밀화학(004000)이 암모니아 약 600톤을 공급했습니다. 다른 항만들은 아직 실증사업과 안전성 평가, 규제 마련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연료도 공급이 일부 항만에 쏠려 있습니다. 최근 12개월 동안 전 세계 90개 항만에서 바이오연료 공급 실적이 확인됐지만 상위 13개 항만이 전체 물량의 77.5%를 차지했습니다. 싱가포르 한 곳에서만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 공급됐습니다.
 
LR은 대체연료 공급망이 북유럽과 동북아시아, 싱가포르 등 일부 거점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카므란 울 하크 LR 항만부문 수석부사장은 “배는 앞서가는데 인프라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대체연료 선박을 발주하기는 쉬워도 그 배에 필요한 연료를 필요한 곳에서 넣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습니다. LR은 선사와 항만 운영사, 연료 생산업체 간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특정 항로에 친환경 선박과 연료 공급시설을 묶는 ‘친환경 해운 통로’를 구축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국적선사들은 HMM(011200)을 제외하면 과도기 연료인 LNG 이중연료 추진선 말고는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추진선을 발주하기 쉽지 않다”며 “미주와 유럽을 운항하는 HMM은 벙커링이 가능한 항만에 들르기 때문에 발주해도 문제가 없지만 동남아가 주력인 선사들은 연료를 넣을 곳이 싱가포르 정도뿐이라 발주 단계부터 선박이 오갈 항로와 기항지에서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어느 연료가 차세대 연료가 될지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없다 보니 항만도 공급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내도 정부 방향이 아직 없어 선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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