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기술 개척기②) 승인서가 오토바이를 굴려 주지는 않는다
캄보디아 전기 오토바이 제조부터 배터리 교환·재활용까지
국제감축사업 첫 승인에도 투자 유치 난항…현지 사업 지속 과제
기보 보증·중진공 투자로 버텨…정책금융 확대 과제
2026-11-04 10:00:00 ㅣ 2026-11-04 10:00:00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유튜브 프로그램 '이민화의 사람들'에 출연한 혁신기업인들의 창업과 성장 과정을 담은 칼럼을 연재합니다. 기술혁신과 해외시장 개척의 현실, 정책금융의 역할을 기업인들의 경험을 통해 조명합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캄보디아에서 전기 오토바이 사업을 추진하는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입니다. 기후변화 대응 컨설턴트 출신인 김 대표는 2025년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국제감축사업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김 대표의 창업 배경과 현지 사업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해외 탄소감축사업의 가능성을 두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첫 번째 승인, 그리고 그 다음
 
남은 것은 우리가 만든 감축량을 대한민국의 국가 감축목표에 쓰일 수 있게 만드는 일이었다. 탄소감축을 금융과 연결하는 일이다.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국제감축사업은 어떤 한국 기업도 끝까지 가 본 적 없는 길이었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는 그 외로운 길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GGGI는 캄보디아 환경부가 파리협정 제6조를 이행할 수 있도록 기술 자문을 해 오던 기관이었다. 2025년 2월, 캄보디아 환경부와 GGGI, 베리워즈가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는 캄보디아 정부에 전기 오토바이를 훨씬 저렴하게 쓸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내준 부지에는 충전소를 세워 국민 누구나 쉽게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탄소금융이라는 구조가 없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그해 7월, 캄보디아 정부의 공식 승인이 났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감축사업이었다.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캄보디아 공공사업교통부(MPWT)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베리워즈)
 
문이 열리자 길이 막혔다
 
승인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해 여름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에서 총성이 울렸다. 가을에는 온라인 스캠 범죄 소식이 한국을 뒤덮었다. 한국 정부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캄보디아는 순식간에 '가면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정직했다. 사업 설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금 캄보디아요?"라는 질문이 먼저 돌아왔다. 우리가 몇 년에 걸쳐 쌓은 것들은 그대로였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캄보디아는 뉴스 속의 캄보디아만이 아니었다. 프놈펜에서 6년째 배달 일을 하는 한 라이더가 있다. 휘발유 오토바이를 탈 때 그는 기름값과 수리비로 한 달에 150달러 넘게 썼다. 우리 전기 오토바이로 바꾼 뒤에는 50달러 정도면 된다. 아낀 100달러는 고스란히 그의 가족에게 돌아간다. 뉴스는 캄보디아를 위험한 나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라이더에게 우리 오토바이는 매달 늘어난 또 다른 소득이었다.
 
우리를 외면하지 않은 곳들도 있었다. 사업을 제대로 돌리기에 충분한 돈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술보증기금은 우리 사업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고 대출 보증서를 내주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누구보다 먼저 우리 회사에 투자해 주었다. 모두가 캄보디아라는 이름에 고개를 돌릴 때, 그들은 우리가 하는 일을 보았다. 그 믿음 덕분에 우리는 멈추지 않고 하나씩 만들어 올 수 있었다.
 
승인서가 오토바이를 굴려 주지는 않는다. 다음 보급에 필요한 자금을 대신 마련해 주지도 않는다. 공공이 열어 준 길을 이제 민간의 금융이 함께 넓혀야 한다. 만들어 놓은 기반을 멈추지 않고 돌리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구간이다.
 
멈춘 것처럼 보이는 시간
 
밖에서 보면 우리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자금이 없으니 공장을 마음껏 돌릴 수도, 오토바이를 마음껏 풀 수도 없었다. 그 시간 동안 현지에서 어려움을 보고받을 때마다 나는 같은 것부터 물었다. 지금 무엇을 먼저 지켜야 하는가. 고객의 출근길과 구성원의 생활 가운데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우리의 상황을 누가, 언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답을 마련할 책임은 나와 경영진에게 있다. 현장의 한 사람에게 그 무게를 떠넘길 수는 없다. 미래 세대를 위한 사업이라고 말하면서 오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작게 여긴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뛸 수 없다면, 휘슬이 울리는 날 바로 뛸 수 있게 만들어 두면 된다. 공장에는 품질관리 체계를 세웠다. 오토바이 한 대가 문제를 일으키면 고객 한 사람의 출근길이 멈춘다. 물량이 늘어나기 전에 그 기준부터 잡아야 했다.
 
오토바이가 고객에게 닿을 수 있도록 판매망을 짰고, 전기 오토바이에 대한 인식을 바꿀 홍보 방안도 세웠다. 현지 금융사들과 마주 앉아 월급을 넘는 오토바이 값을 매달 감당할 수 있는 금융상품도 함께 설계했다.
 
다음 오토바이도 준비하고 있다. 민간투자 연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인 스케일업 팁스(TIPS)를 통해 자이로스코프로 차체의 움직임을 읽어 더 안전하게 달리는 오토바이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엔진을 얹어 배터리 상태를 스스로 살피고, 운전자가 더 안전한 운전 습관을 갖도록 돕는 오토바이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시야를 우리 회사 바깥으로 넓혔다. KOICA 공공협력 사업으로 국가녹색기술연구소와 함께 캄보디아에 두 가지를 세운다.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차를 관리하는 플랫폼, 그리고 배터리 성능평가센터다. 이것이 생기면 친환경 교통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들어올 때 맨땅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를 검증받을 곳도, 차량을 관리할 체계도 이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힘든 시간을 우리 회사 하나를 살리는 데만 쓰지 않았다. 캄보디아에서 더 많은 감축사업이 태어날 수 있는 땅을 함께 고르고 있었다.
 
아직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경기장에 서 있다. 훈련도, 전술도, 시뮬레이션도 마쳤다. 선수들은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휘슬이 울리는 순간, 우리는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바로 뛴다.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오른쪽)가  자사가 개발한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베리워즈)
 
그래도 멈추지 않는 이유
 
그런데도 왜 계속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단순하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막연하지 않다. 매일 아침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 다시 일터로 나가는 라이더들이 있다. 우리 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고 남아 있는 청년들이 있다. 나는 보고서가 아니라 그 사람들에게서 이 방향을 확인한다.
 
좋은 기후기술은 이미 세상에 많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 줄 현장과 운영 기반이 없으면 사람들의 생활은 바뀌지 않는다. 기술이 실제로 쓰이고, 고객이 이용하고, 사업이 이어지는 데까지 가야 비로소 세상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전기 오토바이와 배터리 교환망으로 닦은 기반 위에 더 많은 기후기술이 올라오게 하고 싶다. 쓰이는 기술이 늘고 감축이 쌓일 때 탄소중립은 구호가 아니라 일상이 된다.
 
지도 위에 그려진 길
 
10월, 정부가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발표했다. 형광펜을 들고 문서를 넘기다 43쪽에서 손이 멈췄다. 정부는 유엔(UN)기후변화협약, GGGI 등과 함께 개도국이 참여하는 국제탄소시장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탄소 감축사업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우리가 캄보디아에서 지도도 없이 더듬어 걸어온 길이 이제 나라의 지도 위에 그려져 있었다.
 
해외감축사업은 남의 나라에 돈을 쓰는 일이 아니다. 프놈펜의 라이더는 매달 100달러를 아끼고, 공장의 청년들은 평생 쓸 기술을 얻는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한 걸음 다가선다. 양쪽이 함께 이기는 협력이다.
 
하지만 길이 지도에 그려졌다고 저절로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먼저 걸으며 그 길이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국제감축의 첫 승인을 받은 회사로서 베리워즈가 그 선봉에 서고 싶다.
 
그다음은 캄보디아 너머다. 베트남, 라오스,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으로 이 모델을 넓혀 갈 것이다. 혼자 가지는 않는다. 처음 오토바이를 만들 때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도 몰랐다. 지금도 많은 중소벤처기업이 같은 막막함 앞에 서 있다. 우리가 닦은 길 위로 그들이 함께 세계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
 
문서를 더 넘기자 한 줄이 더 눈에 들어왔다. 녹색기후기금(GCF)과 TIPS, 창의적 기술해법 프로그램(CTS)을 연계해 기후테크 기업의 국내외 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계획이었다. TIPS로 기술을 키우고, KOICA 프로그램으로 현지에서 검증하고, GCF와 같은 국제기후기금으로 세계에 나가는 길. 우리가 하나씩 부딪치며 이어 붙여 온 그 길이다.
 
우리가 어렵게 연 시장이 더 많은 대한민국 기업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기술로 이웃 나라의 삶을 바꾸고, 그 신뢰가 다시 우리 산업의 성장으로 돌아오게 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미래 세대에게 남기고 싶은 길이다.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왼쪽)가 자사가 개발한 친환경 교통수단인 전기 삼륜차에 탑승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베리워즈)
 
언젠가 시엠립의 그 출근길을 다시 걷고 싶다
 
지금 앙코르와트를 도는 전기 오토바이는 아직 일부일 뿐이다. 출근길 도로는 여전히 휘발유 오토바이로 가득하다.
 
언젠가 그 길도 바뀔 것이다. 도로는 여전히 오토바이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일터로 향할 것이다. 달라지는 것은 하나다. 앙코르와트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더 이상 숨을 참을 필요가 없는 아침. 내가 배운 모든 것이 그 아침을 위해 쓰이기를 바란다. 그것이 지금 내가 베리워즈를 이끄는 이유다.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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