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방치된 소상공인)①공고 없이 폐점…빈손으로 쫓겨나는 입점 업체
영업 재개 믿고 투자했지만 출입부터 통제…남은 점포는 고립
퇴점해도 보증금 미반환…회생법원 허가 조건에 합의도 난항
전기료 체납에 단전 위기…시설 철거·재고 부담까지 점주 몫
보증금 반환·미정산 대금·피해 배상 등 현실적 지원 요구 목소리
2026-11-04 15:46:12 ㅣ 2026-11-05 08:03:00
홈플러스의 경영 위기가 입점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라는 이름을 믿고 거액을 투자해 일궈온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폐점이 확정된 점포에는 고객의 발길이 끊겼고 단전 우려까지 겹쳤습니다. 영업을 지속하는 점포 역시 매출 감소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6월 매출 대금은 아직도 받지 못했고 보증금 반환도 불투명한 실정입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어 법적 대응이 쉽지 않은 데다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미흡합니다. <뉴스토마토>는 3회에 걸쳐 홈플러스 입점 소상공인들의 피해 실태와 소상공인 보호 체계의 부재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폐점 확정점 매장에 임대 업체 공간이 비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파주·일산=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입점 업체들이 퇴점을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매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손님은 물론 점주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자신의 가게에 들어가려면 점주여도 방재실에 미리 연락해 확인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영업하던 층으로 향하는 길은 바리케이드와 내려진 차양막에 가로막혔고, 복도 조명은 꺼진 채 남은 매장 몇 곳에만 불이 켜져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마트 영업을 접은 뒤에도 장사를 이어가려던 파주운정점 입점 업체들이 맞닥뜨린 풍경입니다.
 
지난달 28일 <뉴스토마토>가 찾은 홈플러스 폐점 확정 점포 3곳에서는 입점 업체들이 영업을 계속하기도, 철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고객 발길이 끊겼지만 이미 투자한 시설과 재고는 매장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퇴점을 선택하더라도 보증금을 언제 돌려받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홈플러스가 영업을 접는 사이, 입점 업체들의 부담은 매출 감소를 넘어 철거·환불 비용과 미정산 대금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황지욱 홈플러스 파주운정점 아이비아트 대표가 지난달 28일 매장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재개장 기다리다 날아든 폐점 소식…투자금 묶인 채 시설·재고 방치
 
홈플러스 파주운정점에서 키즈카페 아이비아트를 운영하는 황지욱 대표는 입점 업체들의 매장이 있는 1~2층을 두고 '폐허'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달 28일 9곳이던 입점 업체 수는 4일 현재 3곳으로 줄었습니다. 파주운정점은 영업 재개 대상 67개 점포에 포함됐다가 재개장 직전 명단에서 빠지면서 하루아침에 폐점 확정 점포가 됐습니다. 황 대표는 "홈플러스와 MBK는 이번 단전 예고로 인한 폐업이 결정되기 전까지 단 어떠한 고지도 하지 않았다"며 "당장 매달 나가는 고정비와 생계비, 함께 일하던 직원들의 퇴직금과 급여는 어떻게 해결하란 말이냐"고 호소했습니다.
 
황 대표는 지난 2018년 입점한 뒤 2024년 홈플러스 측의 확장 제안을 받고 약 1억원을 들여 같은 해 11월 매장을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시작된 뒤 매출이 급격히 줄어 현재 매출은 회생절차 이전 대비 90%가량 감소했습니다. 6월 매출 대금 약 500만원도 아직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폐점 가능성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투자입니다. 게다가 파주운정점 입점 업체들은 홈플러스가 마련한 수수료 감면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홈플러스는 폐점 예정 점포 입점 업체들의 5~6월분 임대료와 수수료를 평균 30%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파주운정점 입점 업체들은 영업 재개를 전제로 한 기존 분류 탓에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전기 공급 중단을 앞둔 상황은 남은 시간을 더 촉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항의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점주들은 세탁기를 고철로 버리고, 거액을 투자한 집기마저 포기한 채 쫓겨나듯 퇴점하고 있습니다. 중고 플랫폼을 통해 집기를 판매하는 경우 그마저도 점주가 판매할 물건을 일일이 밖으로 날라야 하는 상황입니다. 출입 통제로 외부인의 접근이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홈플러스 중계점에서 2016년부터 키즈카페를 운영해 온 채희재 노리디지털키즈카페 대표는 시설 조성과 리뉴얼 등에 총 6억원가량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경영난이 불거진 이후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매장을 옮기려 해도 기존 시설을 철거해 재설치하는 비용이 새로 만드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들어 사실상 이전도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채 대표는 미정산 매출 대금과 수수료의 상계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임대인의 잘못된 운영으로 생긴 피해를 입점 업체가 고스란히 매출로 받고 있다"며 "이게 어떻게 당연하냐"고 반문했습니다.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중계점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퇴점해도 보증금 못 받아…퇴점 합의서가 또 다른 갈림길
 
퇴점을 택한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킨텍스점에서는 점주들이 시설을 정리하고 퇴점하는 과정에서 합의서 내용이 바뀌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점주 측 설명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제시한 합의서에는 회생법원의 허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합의 자체가 무효가 된다는 취지의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앞서 퇴점 설득 시에는 고지하지 않았던 내용입니다. 킨텍스점 지하 1층에서 컴퓨터 수리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순진했다"며 "회생법원에서 허가하지 않으면 합의서 자체가 무효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점주들은 보증금과 이전비 지급이 향후 법원 허가 등에 달려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약국을 운영해 온 또 다른 점주는 이사비와 남은 보증금 정도를 받고 정리하려 했지만 합의서 조항을 보고 선뜻 서명할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점주와 홈플러스 측의 갈등 과정에서 경찰이 현장에 왔으나 민사 사안이라는 취지로 안내하고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불신의 바탕에는 먼저 퇴점한 점주들의 경험이 깔려 있습니다. 포천송우점에서 이미 퇴점한 한 안경원 점주는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일찍 나가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매장을 정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보증금 2100만원가량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계약기간도 끝나지 않았는데 빨리 나가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게끔 그렇게 유도를 해서 나왔다"며 "있는 돈 없는 돈 끌어서 이전을 했는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서 어디다가 하소연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파주운정점에 단전 예고문이 놓여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전기요금 체납에 단전 위기…영업 중단 현실화
 
전기 공급 중단을 둘러싼 책임 소재도 입점 업체들의 불만이 집중되는 지점입니다. 한전은 홈플러스가 전기요금을 반복적으로 연체해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공급이 정지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27일 본사와 폐점 점포 관할 지사들이 참여하는 화상회의에서 한전은 단전 유예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다만 일괄적인 유예 기한은 정하지 않고 점포별 상황에 따라 관할 지사가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한전이 단전을 무기한 유예하기는 어렵다고 밝히면서 입점 업체가 별도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변압기 공동 이용 계약도 안내하고 있지만 점주들은 설비 마련과 비용 부담이 커 현실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남양주 진접점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던 점주는 지난달 28일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단전 유예기간 동안 이 점주는 운동기구 철거가 아니라 회원 환불을 진행했습니다. 고객에게 받은 이용료를 돌려주지 않고 문을 닫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회원 환불에 급히 돈을 쓰고 나자 정작 수억 원대 시설을 옮길 여력은 남아 있지 않아 이 점주는 매장 내 시설을 그대로 둔 상태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보증금 반환·미정산 대금·피해 배상 등 요구
 
입점 업체들은 홈플러스에 미반환 보증금과 미정산 매출 대금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점주들은 홈플러스의 경영난과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영업하며 발생시킨 매출 대금과 계약에 따라 맡긴 보증금부터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퇴점 절차를 밟더라도 지급 시기와 반환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새로운 영업장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금전 반환에 그치지 않고 강제적인 영업 중단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정당한 배상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입점 업체들은 홈플러스와의 계약을 믿고 시설과 장비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폐점 결정 이후 고객 출입이 제한되고 전기 공급 중단까지 앞두면서 영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점주들은 시설 투자비와 이전 비용을 비롯해 갑작스러운 영업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을 홈플러스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과 폐점 과정에서 입점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개별 점주들이 보증금 반환과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가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 입점 업체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중계점 매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파주·일산=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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