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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이틀새 1.5조 '팔자'..변심(?)
증권街 "셀코리아는 아닌듯"
2011-05-13 17:00:26 2011-05-13 18:33:49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틀새 대량(약 1조50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코스피지수를 연일 끌어내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외국인이 본격적인 '셀코리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증권가에선 옵션만기 후폭풍에 따른 단기 차익실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1분기 실적시즌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사로잡을 모멘텀이 국내증시에 남아 있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꿈틀대고 있는 달러 역시 골칫거리. 그리스 재정 문제가 재차 부각되며 유로가 약세를 보인 탓에 달러가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강달러는 외국인의 환차익 욕구를 자극, 국내주식 매도의 빌미를 내줄 수 있어 또 하나의 복병이다.
 
◇ 증권街 "셀코리아 아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3일 "최근 외국인 매도는 프로그램 차익거래와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일 옵션만기의 여파인 만큼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이탈했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날 집계된 총 4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 중 대부분이 외인 창구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는 얘기다. 따라서 옵션 후폭풍이 멎으면 외국인이 회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이 팀장은 "상품가격 급락 또한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고 있지만, 결국 상품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수익원을 쫓는 과정에서 한국 등 신흥국 시장의 매력이 재차 부각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상품에서 이탈한 돈이 다시 이머징 국가로 향할 경우 외국인이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도 "그간 자동차·화학 등 주도주가 많이 오른 까닭에 외국인이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며 "아직 '셀코리아'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간 약세였던 달러가 유럽 재정위기를 기회로 이달 중 반등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외인 매수는 주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노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하반기로 갈 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여 외국인이 돌아올 여지는 있다"며 현재의 매도가 기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진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 "外人 없어도 2100선은 안내줘"
 
외국인이 없는 동안 국내증시의 조정폭은 얼마나 될까. 일단 개인과 기관이 구원군 역할을 얼마나 해낼 지가 주 관심사다.
 
외국인이 이틀째 매도세로 일관하는 동안 꾸준히 매물을 소화한 세력은 개인이었다. 하지만 개인의 순매수 비중은 랩(Wrap)으로 묶인 자동차·화학 등 주도주에 편중돼 있어, 이들 업종을 집중 매도하고 있는 외국인의 파워가 더 우세한 상황.
 
전문가들은 외인의 부재로 코스피가 2100선을 하회할 가능성은 낮지만, 새로운 주도주가 부상하기까지 당분간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노중 부장은 "외국인이 현 추세로 주도주를 계속 팔 경우 기관과 개인의 힘만으로 버티기엔 역부족"이라며 "이번 조정으로 2100선이 깨지진 않겠지만 현재 시장에 필요한 것은 '주도주'"라고 강조했다.
 
김성노 팀장도 "당분간 2100선을 사이에 둔 지지력 테스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머징 증시 중 유독 한국시장만 많이 오른 데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선행지수가 꺾일 가능성도 남아 있어 한두달 정도는 부진한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고 점쳤다.
 
◇ 外人 부재속 투자전략은?
 
외국인의 집중 매도로 자동차·화학업종이 밀리는 가운데 정보기술(IT)주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날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전일 대비 229.63포인트(2.67%) 큰 폭 오른 8824.68에 장을 마치며 약세장 속에서도 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외국인이 1500억원 어치를 팔았지만 기관이 4400억원을 사들이며 외인발 매물을 모두 소화해냈다.
 
IT의 경우 외국인의 집중 매도 타깃은 아닌 만큼 투자대안으로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장기간 주도주 지위를 상실하며 꾸준히 저평가돼 온 데다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임노중 부장은 "그간 자동차·화학에 쏠렸던 매기가 IT로 이전되는 분위기"라며 "현재로선 IT에 초점을 둔 전략이 가장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IT의 경우 저평가 매력에 2분기 '어닝' 모멘텀까지 갖추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김성노 팀장은 "IT가 단기 수급 요인에 의해 올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며 "어디까지나 조정장임을 염두에 둔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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