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銀, 구조조정 칼바람 예고..파업 보복?
대규모 명퇴 예고..조직 개편 신호탄
15개 영업중지 지점..폐쇄나 미니점포 전환 가능성
2011-10-25 14:09:10 2011-10-25 17:07:30
[뉴스토마토 황인표 박미정기자] 성과급제 도입 여부를 두고 은행권 최장기간 노사갈등을 벌이고 있는 SC제일은행이 이번에는 명예퇴직과 영업점 재구축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10년 동안 상설 명퇴제도를 실시했지만 이번에는 적용범위가 넓어져 본격적인 조직 슬림화(축소) 작업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더불어 파업을 이유로 잠정적으로 영업을 중단한 15개 지점이 '영업 폐쇄'나 '미니점포'로 재편될 가능성이 많아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전직원 대상 명퇴 실시 예고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이 조만간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명퇴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은 그 동안 연말마다 정기적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 '상설 명퇴' 제도를 실시했으나 올해는 그 대상과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 명퇴로 조직의 구조개편이 이루어져 본격적인 성과급제 도입과 영업 압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SC제일은행 직원은 "지난 2008년 명퇴 때도 개별 면담을 통한 간접적인 압박이 있었다"며 "명퇴를 하지 않고 버티면 영업 압박을 받고, 이후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후선발령이나 재택근무 명령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노조에 따르면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지난 3월2일 2명이 급여의 70%가 삭감되는 재택근무 명령을 받았는데 이 중 한 명은 퇴직급여를 받고 퇴사했고, 나머지 한 명은 소송을 걸어 놓은 상태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아직 사측에서 명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조합에 협의한 내용은 없다"며 "은행에서 원하는 조직구도를 맞추기 위해 직원들을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사측은 말만 명예퇴직이라고 하고 직원들을 강제 퇴출을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전직원 대상 명퇴에 대해 시기와 방법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현재 임원들 명퇴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직원 명퇴를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부정했다.
 
◇ 영업중지 15개 지점..지점 재구축 신호탄?
 
노조의 총파업으로 지난 7월11일 폐쇄했던 42개 지점 중 15개 지점은 여전히 '영업중지' 상태다.
 
SC제일은행은 25일 압구정역 · 목동PrB지점(서울), 대화역(경기도), 영도(부산·경남), 내당동(대구·경북) 지점 등 5곳의 문을 열어 현재 총 27곳의 영업을 재개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 종료를 선언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를 생각해 순차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다"며 "영업중지 지점에서 4~5명이 업무를 보고 있고 나머지 인원들은 인근 영업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영업중지 조치가 영업점 폐쇄와 미니점포 전환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SCB(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영업 형태를 봤을 때 현재 영업을 재개하지 않은 지점을 토대로 추가적인 영업점 폐쇄나 재구축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피터 샌즈 SC(스탠다드차다드)그룹 회장이 주장하는 미니점포를 예로 들며 "이렇게 된다면 직원 2~3명만 영업점에 상주해 있고 나머지 직원들은 외부에 나가 개별 영업을 해야 한다"며 "결국 영업점 재구축과 성과급제, 후선발령, 퇴출, 명퇴 등이 인적 구조조정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은 지난 4월7일 기자간담회에서 SC제일은행과 관련해 "인구나 경제 변화에 맞춰 영업환경을 재정비 해 미니점포 등 멀티채널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 역시 "국내 은행과 비교해서 SC제일은행은 아직 큰 성과를 못 내고 있다"며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고객이 없는 지점 수를 통폐합 등의 방법으로 줄이고 고객들이 많은 곳으로 지점을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직원들 "명퇴나 이직 고민 중"
 
SC제일은행 직원들 역시 외국계 경영진과의 갈등, 노조 투쟁 등으로 지친 모습이다.
 
서울 강남 지점의 20대 한 직원은 "임원 명퇴때 예상은 했지만 일반직원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현재 토익을 준비해 다른 금융권으로 이직할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젊은 직원 뿐 아니라 제일은행 시절부터 이 조직에 몸담았던 중견 직원도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명퇴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고 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며 "오랫동안 함께한 직장이지만 요즘 술렁이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모두가 지쳤다"고 털어놨다.
 
SC제일은행 노조는 사측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명퇴를 강요하고 직원들의 불안을 야기한다면 투쟁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2010년 임단협이 제대로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만약 명퇴를 강요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상품불매운동이나 시한부 파업 등으로 맞설 수 밖에 없다"며 "다음 달 3일 임시대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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