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가격인상 3일 천하'.."국세청 때문에(?)"
7.48% 출고가 인상방침 3일만에 보류
2011-12-15 11:48:34 2011-12-15 14:27:13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미국계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오비맥주(대표 이호림)의 최근 '가격 인상 3일 천하 해프닝'을 벌인 배경에는 국세청의 강력한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오비맥주와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언론을 통해 가격 인상 계획이 알려질 때만 해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라며 강한 부정을 했던 오비맥주는 한달 만인 지난 8일 "부자재 인상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공식적으로 7.48% 인상안을 발표했다.
 
이후 여론의 눈치를 보다 여론이 악화되자 3일만인 12월11일 잠정 보류를 발표했다.
 
연말 물가 안정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 정부의 강한 압박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언제든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전 국민에게 적극 알린 셈이다.
 
이와 반대로 경쟁사이자 지난 10여년간 국내 맥주시장에서 1위를 차지해오던 하이트진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가격 인상 절대 불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주류산업협회의 '2011년 1월~9월 주류 출고량(수출 제외)'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9월 796만 상자(1상자 500㎖ 20병)를 출고해 시장점유율 50.8%를 기록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769만 상자를 출고해 49.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오비맥주에 1.6%의 근소한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지난 8월에도 오비맥주가 862만상자로 시장점유율 54.9%를 기록, 706만상자로 45.1%를 점유하는 데 그친 하이트진로를 밀어내고 지난 1996년 하이트맥주(현 하이트진로(000080))에 왕좌를 넘긴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왕좌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오비맥주가 처음 1위를 탈환한 8월 통계 발표 시점인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하려 했고, 두달 연속 1위에 오르자 곧바로 가격인상안을 발표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가격인상 시도의 이면에는 오비맥주의 국내 맥주시장 1위 탈환의 자신감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결국 국세청의 강력한 압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년 2위였던 오비맥주는 지난 2009년 5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라비츠 로버츠(KKR)에 팔린 이후 2008년 40.7%에 그쳤던 시장점유율을 2010년 44.2%로까지 끌어 올렸다. 
 
이 시점에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는 상대적인 부진했다. 진로와의 통합으로 영업력을 재정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경영을 모토로 삼고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오비맥주는 최근 1위를 탈환했고, 이는 가격인상을 통해 경영자에 대한 평가잣대가 되는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본성을 한국시장에서 그대로 표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오비맥주의 1위 탈환은 한국 소비자에게는 독이 돼 돌아온 셈이다. 지금은 잠시 잠잠해졌지만 언제고 다시금 불거져 나올 문제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2009년 이후 매분기 1000억원의 이르는 단기순이익을 기록하던 오비맥주가 1위를 탈환하면서 호기를 부렸다가 국내 기업인 하이트진로의 무반응과 맥주 면허권을 쥐고 있는 국세청의 압박에 백기를 든 꼴"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가격인상을 국세청이 직접 나서 막았다는 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이 부분은 나중에 정부(국세청)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토마토 정헌철 기자 hunchu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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