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만리장성' 벽 절감..아이폰5에도 '시큰둥'
2012-09-18 10:33:59 2012-09-18 11:46:23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애플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토종업체들과 삼성전자(005930)의 시장 지배력에 막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된 야심작 아이폰5마저도 냉랭한 반응을 벗지 못하고 있다.  
 
17일 왕이(網易), 투자자보(投資者報) 등 중국내 언론들은 아이폰5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시장 공략에 나선 애플이 저가 모조품 제조업체과 삼성의 전후방 공세에 막혀 3분기 전망조차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1분기 8.5%의 중국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던 애플은 2분기로 넘어오면서 7.1%로 하락, 의미 있는 변화 조짐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5%)과 비교해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감안할 때 중국 공략은 여전히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애플이 만리장성의 벽을 절감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시장 지배력을 견고히 하며 철옹성 구축에 돌입했다.  
  
◇'아이폰보다 더 아이폰 같은' 중국산 저가 모조품
 
애플이 중국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카피캣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현지 모조품 제조업체들은 외관상 아이폰과 구분하기 힘든 스마트폰을 출시해 버젓이 유통시키고 있다.
 
지난달 말 구폰(GooPhone)이라는 신생 스마트폰 업체는 아이폰5와 똑같은 외관의 제품 '구폰아이5(GooPhoneI5)'를 시장에 내놨다. 3.5인치 LCD에 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한 구폰아이5는 12일 공개된 아이폰5의 디자인과 사양을 똑같이 적용시킨 신작이다.
 
또 다른 중국산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샤오미(小米)도 아이폰5의 출시 시기에 맞춰 신제품 1S을 출시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샤오미 S1은 4인치 액정 디스플레이에 800만 화소 카메라를 내장했다.
 
구폰아이5(16GB)와 샤오미 1S(16GB)의 출고가는 각각 1650위안과 1499위안에 불과하다. 우리 돈으로 채 30만원도 안 된다. 반면 동일한 메모리 용량의 아이폰5는 4560위안으로, 이들 모조품보다 3배정도 비싸다.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 매력에 끌려 아이폰5 대용품으로 구폰아이5와 1S 등 모조품에 열광하는 실정이다. 중국의 업계 전문가는 "아이폰5와 비슷한 성능을 지닌 제품들이 더 싼 가격에 출시되면서 아이폰5에 대한 관심이 식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아이폰5 공개에 맞춰 출시된 홍콩 스마트폰 브랜드 Goophone의 GoophoneI5. 8G, 16G, 32G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판매가는 16GB기준 1650위안이다.(제공=구폰)
 
◇오는 20일 출시될 중국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샤오미(小米)의 1S. 이 제품의 출고가격은 1499위안으로 4560위안에 판매되는 아이폰5(16GB 기준)와 비교해 1/3 수준에 머문다.(제공=샤오미)
 
◇갤럭시S3·갤럭시노트2 '협공'..샌드위치에 놓인 아이폰5
 
아이폰5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중국의 저가 브랜드뿐만이 아니다. 하이엔드급 사양으로 무장한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다.
 
삼성은 2분기 기준 22.2%의 시장 점유율로 레노보(11.9%), 화웨이(11.2%) 등 2위 그룹과의 격차를 10%포인트 이상 벌리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현지에선 갤럭시S3의 돌풍으로 3분기 삼성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 Research)는 "아이폰5 출시를 기준으로 3개월 전 삼성의 갤럭시S3가 출시됐고, 오는 10월엔 갤럭시노트2가 출시될 예정"이라며 "애플의 아이폰5는 삼성의 주력상품들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여있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강력한 전투력을 지닌 주력상품들로 아이폰5를 공격할 것"이라며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등 다양한 제품군이 중국의 대기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관계자는 또 "애플의 마니아층을 끌어오기 위해 여러 요소를 고려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하드웨어적 부분은 이미 애플을 넘어섰고, 앱과 컨텐츠 관련해서도 수요층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홍슬빈(洪仕斌) 중국가전마케팅위원회 부사장은 최근 중국 '투자자보'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특허전쟁에서 삼성을 앞선 상태이고 하드웨어 방면에서 애플의 업스트림(상공정) 부품은 점차 진보하고 있다"면서 "애플의 소프트웨어는 이미 사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상태기 때문에 삼성이 한두달 안에 애플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5는 '3無'폰"
 
중국시장에서 아이폰5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폰5 내부에 있다.
 
속도, 크기, 무게 등 일부 주목할 만한 개선점이 있다고는 하나 애플의 혁신 정신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내외 언론의 지적과 같은 비평이 중국 언론에서도 똑같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PR컨설턴트 회사인 Warring Strategy PR의 수석 연구원 양췬(楊群)은 중국 경제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폰5의 키워드는 '3무(無)'"라며 "우선 칭찬할 만한 점(Bright spot)이 없고, 경외로움도 없었으며, 놀라움도 없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양췬 연구원은 "지금까지 출시된 아이폰은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움과 의외적인 부분을 선보였던 반면에 이번 제품은 이미 충분히 예상된 것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며 혹평을 이어갔다.  
 
그는 또 "아이폰5는 종전의 아이폰4나 아이폰4S 보다 판매량에 있어서 밀릴 것"이라며 "혁신성과 창의성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이폰5가 잇단 혹평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애플의 브랜드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미국, 유럽 등의 국한된 시장에 한해서다. 또 출시 시기와 사양을 놓고 펼쳐진 갑론을박은  대기수요를 일순간 빨아들이는데 블랙홀 역할을 담당했다.
 
반면 최소 중국에서만큼은 애플은 여전히 만리장성을 넘을 준비도, 역량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혁신마저 실종되면서 애플의 중국시장 공략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주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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