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보험사기①)대한민국은 ‘보험사기’ 공화국?
보험사기 혐의자 1인당 평균 보험 가입 9.8건
업계, 보험사기 금액 5조 추정..국민 1인당 20만원 부담
"처벌규정 약해 조사체계 재구축 시급"
2012-12-18 08:58:00 2012-12-18 09:00:02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1. 태백시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집단보험사기 사건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5만명 도시전체가 도덕불감증에 걸려있다는 데서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주민 10명가운데 거의 1명이 연관돼 있고 주민들간 '보험금 안타먹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만연할 만큼 죄의식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사기내용은 태백지역 3개병원과 보험설계사 70여명이 주민 400여명과 짜고 보험에 가입케한 후 허위로 입원서류를 꾸며 140여억원의 보험금을 타내도록 도와줬다.
또 3개 병원이 이에 합세, 이들 나이롱 환자들에게 입퇴원 확인서를 떼줘 17억원의 요양급여비를 받아냈다.
 
#2. 임씨는 지난 2009년 도박 등으로 많은 빚을 진 뒤 생활이 어려워지자 보험금으로 가족들의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2009년 12월 당시 10일간 총 11개 보험회사, 14개 재해상해 특약보험 등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뒤 평소 도박을 하며 알고 지내던 이씨에게 계획을 털어놓고 자신의 손목을 절단해달라고 부탁했다.
임씨는 이씨와 함께 공모, 지난 2009년 12월19일 대전 한 기계설비업체 공장에 가 철판 절단기에 손을 넣었다. 이씨는 절단기 스위치를 발로 밟아 임씨의 왼손을 절단시키고 보험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해 2억76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임씨는 나머지 6억39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3. 방 씨는 다수의 보험사에 사망보험을 단기간 집중 가입한 후 중국 여행중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며 총 21억여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방 씨는 한달 동안 5개 보험사에 9개 상품 집중 가입하고 배우자와 2명의 자녀가 있음에도 출국직전 사망시 수익자를 여동생으로 변경했다.
이후 중국 위조브로커를 통해 ‘도로교통사고인정서’와 ‘거주민사망의학증명서’ 위조했다.
 
국내 보험시장은 세계 7위 규모를 자랑한다. 2010 회계연도 기준으로 국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들의 연간 보험료 총액은 132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보험제도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보험사기도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수법도 아주 지능적이고 대담해지고 있어 보험사기 예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사기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보험사기자 1인당 9.8건 보험 가입
 
17일금융감독원이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된 3만8511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인당 평균 9.8건의 보험에 가입, 일반인에 비해 과도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3개월 이내에 5건 이상의 보험에 집중 가입한 사람도 4246명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844억원으로 적발된 인원만 무려 3만529명에 이른다. 연간 피해규모는 2조2000억원 규모다.
 
결과적으로 이 돈을 물어주기 위해 가구당 한 해 평균 20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지출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증가속도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제로 보험사기 금액이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엄청난 돈을 보험사가 감당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보험회사 뿐 아니라 가입자들도 모두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보험사기로 연간 누수되는 금액은 2010년 기준으로 3조4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06년(2조2000억원)에 비해 1조2000억원(52.9%)나 늘었다.
 
그러나 누수 금액에 비해 적발된 사기 건수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보험사기 추정규모는 연간 지급되는 보험금(27조4000억원)의 12.4%에 이르지만, 2011년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237억원(적발인원 7만2333명)으로 집계됐으며 2012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237억원(적발인원 4만54명)에 불과했다.
 
◇1가구당 20만원 부담 불구 '불감증' 심각
 
특히 이 돈은 고스란히 일반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보험사기로 인해 1가구당 20만원, 국민 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험사기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심각성은 그야말로 '불감증'에 가깝다.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보험소비자들의 보험사기에 대한 용인도(너그럽게 인정하고 용서함)가 매우 높게 조사됐다.
 
보험연구원이 보험사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 및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09년 10월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25세 이상 65세 미만의 성인 남녀 803명을 상대로 직접 방문해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아주 심각했다. 국내 소비자의 24.3~35.8%, 즉 10명 중 4명 이상이 보험사기 행위를 용인할 수 있다고 의견을 보였다. 보험사기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하지만 범죄라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더욱 우려스럽다.
 
◇약한 처벌규정도 인식전환 '걸림돌'..적발도 어려워
 
보험사기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정이 없는 것도 보험사기에 대한 국민적 인식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보험사기 방지법을 제정해 보험사기에 대해 중죄를 부과하는 한편 보험 관련 서류에 보험사기 경고문구 게재를 의무화하는 등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형법 내에 보험범죄만 특정해 서술하는 항목도 없을 뿐더러 보험범죄의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 범죄의 유형에 의해 처벌하는 등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도적으로 미흡한 상태다.
 
특히 보험회사가 보험사기에 대한 조사권이 없어 혐의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은 더욱 지능적인 범죄를 불러일으킨다.
 
실제 보험사에서 보험사기 혐의를 인지하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보험금 수령을 신청한 사람의 보험이력을 조회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개인보험정보의 공유를 원하는 보험회사는 소비자에게 별도의 동의를 얻어야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보험사의 보험사기조사팀은 혐의를 명확하게 적발해내기 어렵다.
 
또한 혐의입증을 위한 사진촬영의 경우 촬영장소가 공개된 장소라 하더라도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침범한 불법행위로 간주되고 있어 증거수집에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김대식 보험연구원장은 "“보험사기가 만연하는 것은 처벌 규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면서 " 적발 가능성을 높위기 위해서는 보험사기 조사체계의 재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다만, 보험사기 조사 및 적발은 소비자권익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합리적인 조사절차, 조사자의 개인정보 유출금지와 비밀엄수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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