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옐런 '테이퍼링' 속도 조절론..美경제 어디로
2014-02-28 15:22:02 2014-02-28 17:00:56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자넷 옐런(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잠정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점진적으로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가는 기존의 통화정책을 유지하되 경제 전망이 상당히 악화됐을 경우 속도 조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 환경에 따른 유동적인 정책 운용이 예고되며 시장 참여자들은 주요 경제 지표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지난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있다. 다수의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성장 속도가 기존 전망보다 더 주춤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옐런 "경기 둔화, 날씨 영향..향후 전망 예의 주시"
 
27일(현지시간) 옐런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경제·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했다. 청문회 전 서면으로 제출한 자료는 지난 11일 열렸던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날에는 최근의 지표 부진과 관련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당초 13일로 예정된 청문회가 한파와 눈폭풍으로 2주 가량 연기되는 동안 고용에서 제조업, 소비, 주택에 이르기까지 경제 각 분야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회복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였던 경제 지표들이 줄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놓은 것이다.
 
12월과 1월의 신규 취업자 수는 두 달을 더해도 20만명이 채 되지 않았고 제조업 지수는 8개월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소비와 주택 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때마다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추웠던 날씨가 경기 둔화의 주범"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경기 둔화가 정말 날씨 때문이냐"는 회의론이 들기 시작했다. 날씨 탓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성장 동력이 일시적으로 꺼지는 소프트패치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옐런 의장은 "지난 6주간 고용과 주택,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전반적인 지표가 악화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표의 부진은 날씨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날씨 변수가 경기 회복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준도 이상 한파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그 영향이 어느 정도 인지는 판단을 보류한 것이다.
 
다나 사포타 크레딧스위스 이코노믹 리서치 담당자는 "연준은 경기 둔화와 날씨의 관계를 심각하게 따져보려 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경기 전망 악화 시 테이퍼링 중단 가능"
 
옐런 의장은 또 "앞으로 수 주 혹은 수 개월 동안 연준의 동료들과 나는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에 부합하는지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그는 "채권 매입액은 지속적이고 단계적으로 줄여 연내에 양적완화가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자산매입 규모를 완만히 줄이는 종전의 통화정책 방향을 재확인 한 것이다.
 
작년 12월 연준은 양적완화(QE) 시행 5년만에 테이퍼링을 선언하고 두 달 연속 100억달러의 자산 매입 축소를 결정했다.
 
현재는 매월 650억달러의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매입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열리는 FOMC 회의에서 매 번 100억달러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청문회에 참석한 찰스 슈머 의원은 "만약 경제 지표 부진이 날씨 때문이 아니라면 테이퍼링을 잠시 멈추거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지표 부진의 원인을 날씨에서만 찾으며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다소 무책임한 발언이 아니냐는 의도다.
 
이에 옐런 의장은 "자산 매입은 정해진 코스대로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전망에 심각한 변화가 있을 경우 테이퍼링을 재조정 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 결정을 이 자리에서 할 필요는 없다"며 한 발 물러나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스테픈 스탠리 피어슨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앞으로의 FOMC 회의에서 100억달러씩 자산매입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옐런은 실업률이 목표치인 6.5%를 하회하더라도 한 동안은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뜻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실업률이라는 하나의 수치에 의존해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며 "단일 지표가 시장이 건강한 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의 실업률이 6.6%로 예상보다 빠르게 목표치에 근접한 것에 대한 간접적 평가를 전한 것이다.
 
◇4분기 GDP에 주목..성장률 하향 조정 전망
 
이에 따라 시장의 눈은 앞으로 발표될 주요 경제 지표에 모아진다.
 
마켓워치는 "옐런 의장이 '수 개월 후'라고 말한 것이 다음달 중순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염두해 둔 것"이라며 "그 전까지 발표되는 제조업, 고용, 주택 지표 등에 모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28일 공개 예정인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 지표다.
 
다수의 월가 전문가들은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연율 2.5%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직전 분기의 4.1% 성장에서 둔화됐음은 물론 앞서 공개된 예비치 3.2%에서도 하향 조정됐을 것이란 전망이다.
 
마켓워치는 성장률 조정의 배경으로 소비 회복 정체, 수출 둔화, 기업의 재고 비축 감소를 꼽았다. 미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3% 가까운 성장을 하겠지만 충분한 동력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변동 추이(자료=investing.com, 뉴스토마토)
 
마켓워치는 또 미국의 성장 둔화가 한파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이 전망한 1분기 경제성장률은 1.9%로 기온이 올라가는 봄이나 여름을 전후로 성장 속도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나 역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잠시 둔화되겠지만 올 하반기에는 3%대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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