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살해' 울산 계모 징역 15년.."살인 고의 없어"(종합)
"훈육 보다는 스트레스 해소 위해 잔혹하게 폭행"
"숨진 딸에게 책임전가..양형기준보다 가중 선고"
2014-04-11 16:00:05 2014-04-11 20:30:5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8살 난 의붓딸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해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의붓딸 살인사건'의 범인 박모씨(43)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검찰이 적용한 살인혐의를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울산지법 형사3부(재판장 정계선)는 11일 의붓딸인 이 모 양이 소풍을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는 이유로 온 몸을 장시간 구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A양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긴 했으나 급소를 때리거나 흉기 등을 사용하지 않은 점, 폭행 당시 출혈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없어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는 점, A양이 의식을 잃은 뒤 곧바로 119 구급대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친모는 아니었으나 피해자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나이대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이를 지킬 것을 강요했고, 피해자가 그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며 폭언과 폭행을 하여 피해자를 학대해 왔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가 잔돈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로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결국 사망케 했는 바 절도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신과는 다른 이중잣대를 들이대면서 사망에 이를 정도의 폭력을 행사한 것은 동거인인 피해자의 친부와의 관계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울분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잔혹하게 폭행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피고인은 법정에서 반성한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범행 후 접견 내용 등에 의하면 피해자의 도벽과 거짓말이 학대의 원인이 되었다면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친부와의 관계나 자신의 미래를 먼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살인의 고의는 인정되지 않지만 피고인의 행위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사망은 어느정도 예견된 참사였다"며 "범행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점 등에 비춰 엄벌이 불가피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양형기준상 권고형량의 상한인 13년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2009년 11월부터 이 양의 친부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이 양이 집에 늦게 들어오고 거짓말을 하며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 회초리 등을 이용해 이 양을 수시로 구타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2012년 5월에는 당시 여섯 살이던 이 양이 학원을 마치고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발로 걷어차 왼쪽 대퇴골이 골절됐으며, 같은해 10월에는 이양의 친부와 싸운 뒤 화가 난다는 이유로 이 양의 옷을 벗기고 뜨거운 물을 온 몸에 부어 3개월간 재활치료가 필요한 2도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2013년 10월 이 양이 숨지던 그날도 자신이 식탁위에 놓아 둔 2300원을 그날 학교 소풍을 가는 이 양이 훔치고도 거잣말을 한다며 오전 8시30분쯤부터 35분간 주먹으로 이 양의 머리, 양쪽 옆구리, 배 부위 등 전신을 구타했다. 잠시 뒤 이 양이 "미안해요 엄마. 소풍을 가고 싶어요"라고 하자 박씨는 반성 없이 변명만 한다며 20분간 주먹과 발로 이 양의 온 몸을 무차별 폭행했다.
 
분이 가라앉은 박씨는 피투성이가 된 이양을 보고 이 양의 친부에게 들킬 것이 걱정돼 욕실에 들어가 씻으라고 했다. 그러나 욕실에 들어간 이양은 기절한 채 움직이지 않았고 박씨는 혼자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119에 신고했으나 결국 그날 오전 11시 흉부손상으로 다발성 늑골골절로 인한 양 폐 파열로 숨졌다.
 
박씨는 상해와 살인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앞서 이 양의 초등학교 스승의 날 기념행사를 위한 학부모회의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부모의 반지 2개(시가 420만원 상당)를 훔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앞서 앞서 울산지검은 지난 달 1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의붓딸을 구타해 숨지게 한 '울산 의붓딸 살인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된 11일, 울산지법청사 앞에서 '하늘로 소풍간 아이들 모임'의 공혜정 대표 등이 사형을 요구하는 시위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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