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스톡옵션 줄줄이 포기
2009-03-23 14:06:00 2009-03-23 18:18:42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금융권이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 등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논란이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아예 스톡옵션 포기를 선언했으며, 나머지 은행들도 지급 철회를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라응찬 회장 등 지주사, 자회사 임직원 107명을 대상으로 61만4735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한 기존 결정을 철회했다. 지난 주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자 인센티브 제공 방침을 포기한 것이다.
 
앞선 17일 신한지주는 주주총회를 열고 라 회장에 3만5000주, 신상훈 지주사 사장에 3만1500주,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2만8000주 등을 스톡옵션으로 지급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경제위기로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임금을 반납하는 상황에서 은행권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챙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다른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들도 이같은 여론과 정부의 눈치를 보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충석 부행장에게 15만주를 주는 등 임직원에게 모두 49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외환은행도 반납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대구은행이 스톡옵션 지급 철회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한 KB금융지주는 오는 27일 주총을 열고 황영기 회장, 김중회 사장, 강정원 행장 등 이사진에게 성과연동주식 3년치(2008년 9월∼2011년 9월)를 모두 25만주 한도로 부여한다는 기존 방침을 확인했다.
 
스톡그랜트는 현재 가치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가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여 직원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인센티브 방식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임원 연봉 한도 50억 범위 내에서 일부를 주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스톡옵션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성과연동 현금보상제도를 도입한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 규모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올해 당장 반납 여부 등을 논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미국 하원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정부 구제자금을 받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에 대해서는 최대 90%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표결 처리하는등 도덕적 해이를 응징하기 위한 초강수 벌칙을 마련하는 등 금융권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방안에 착수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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