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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술대 오른 금융사 지배구조)③신한·KB사태로 구조적 모순 폭발…이후 지배구조법 제정
금융사 지배구조 변천사…2008년 금융위기가 변곡점
'신한사태'로 나이제한·육성 후보군 마련…'KB사태' 이후 사외이사 주주 추천 개방
2017-12-18 08:00:00 2017-12-18 08:00:00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국내 금융권에서 지배구조 정비가 시작된 것은 2010년부터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각 금융사들의 지배구조를 통제해왔다.
 
실제 KB금융(105560)지주, 신한지주(055550)(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은행(000030) 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지주회사의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 '지배구조내부규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면서 대표이사(CEO) 등 임원 추천을 위한 위원회(임추위) 설치, 경영 승계 정책 및 계획 마련,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 강화, 지배구조에 관한 연차보고서 발간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신한사태'와 2014년 'KB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한사태와 KB사태의 공통점은 내부 경영진, 특히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권력 다툼이다.
 
신한사태는 2010년 당시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은행장이 전 행장이자 모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이 사태가 내부 경영진 간 권력 다툼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신한사태 이후 신한금융은 CEO 자격 및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규범을 제정하며 사태 재발 방지에 나섰다. 당시 신한금융이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규범을 제정하며 구체화한 것은 CEO의 연임 제한 및 자격요건, 경영승계계획 등이다.
 
우선 신한금융은 경영권 장기화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CEO 신규 선임 나이를 만 67세로 제한했다. 현 회장 연임 시에는 재임기한을 만 70세로 제한하는 내용을 CEO 승계 시스템에 포함시켰다. CEO가 장기 집권하며 이사회를 지배해 제왕적인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또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신설해 이사회가 지배구조 또는 CEO 승계 업무만 전담하도록 했다. 신한금융은 이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만해도 회장 후보 추천을 이사회운영위원회에서 담당해왔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은 CEO 육성 후보군을 선정, 주요 임원들이 차기 CEO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은 그룹 지배구조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으나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차기 회장 선임 당시 연임을 노리던 한동우 회장과 경쟁했던 한 후보가 현직에 있는 회장과 사외이사의 밀접한 관계를 문제 삼고 반발했다.
 
신한사태로 금융권 CEO의 장기 집권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짙어지자 다른 금융지주들 역시 CEO 선임 시 나이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규정을 수정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감시 의무를 강화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수를 과반수로 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 2014년 발생한 KB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사건의 발단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였지만 이 과정에서 당시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갈등을 빚었다.
 
당시 이 행장이 금융감독원에 주전산기 교체 관련 금감원 특별검사를 요청하며 불거졌는데, 결국 금감원 조사 결과 임 회장이 주전산기 교체를 비롯해 국민은행 인사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밝혀져 2014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역시 금융사 내부 경영진의 권력 다툼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를 계기로 금융권 내에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 CEO 승계 관련 업무를 이사회의 일회성 업무가 아닌 상시 업무로 명확히 하도록 했다. 특히 이사회가 CEO 선임 주체와 시기, 방식 및 절차 등에 대한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연 1회 이상 적정성을 점검하도록 했다.
 
또 CEO 후보군 관리 및 검증과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후보추천위원회가 전담부서의 지원을 받아 후보군을 발굴 및 관리하고 주요 활동내역과 적극·소극 요건 등을 검증하도록 했다.
 
KB금융 역시 KB사태 이후 지배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KB금융이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사외이사 선임과 CEO 승계프로그램이다.
 
우선 투명한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비상설기구였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전환했다. 또 기존 사외이사들의 전문 분야가 학계 등에 치우쳤던 문제를 고치기 위해 금융업, 회계, 재무, 법률 및 규제, 리스크 관리 등으로 세분화해 이를 적극 고려하기로 했다.
 
특히 2015년부터 모든 주주들이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외부 서치펌(Search firm)으로부터도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받고 있다. 이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추천해 위촉된 인선자문위원들이 후보군을 평가, 최종 후보군을 압축한다. 이후 다시 사추위가 최종후보를 결정해 사외이사 구성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이병남 LG경영개발원 인화원 원장과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교수 등이 KB금융 사외이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더불어 매년 사외이사에 대한 내부 및 외부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반영해 하위 2인의 사외이사는 연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CEO 선임과 관련해서는 경영승계규정을 마련해 후보군 관리, 경영승계 절차, 후보자 선정 등을 명문화하고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권'을 없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정책과 금융권 사고 등으로 금융지주 지배구조가 여러 차례 개선돼왔는데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라며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CEO 연임 등에 대해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있는데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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