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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미투, 촛불의 또 다른 이름
2018-02-28 06:00:00 2018-02-28 11:02:42
최근 하루에도 몇 건씩 접하는 미투를 들여다보면 오랜 기간 조직을 배후로 행해진 파렴치한 폭력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도 간혹 극악무도한 내용을 접하긴 했지만, 그 빈도수나 파급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지금 미투운동은 #Me Too, 즉 ‘나도 당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온라인 상에 퍼지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대를 표명하는 위드유(With You, ‘당신과 함께 하겠다’)와 미퍼스트(Me First, ‘내가 먼저 바뀌겠다’) 운동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법조계, 문화계, 방송계, 교육계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온 대한민국을 겨냥하고 있다.
 
미투운동은 촛불혁명과 닮아 있다. 2016년 겨울을 밝혔던 촛불혁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사이의 국정농단과 적폐청산을 기치로 들었다. 박근혜 정권 내내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 국정교과서 반대, 세월호 참사 등을 이유로 부정부패에 반하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2016년 10월 최순실의 존재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폭발했다. 개인이나 한 집단의 목소리에 그쳤을 행위가 ‘연대’를 만나면서 혁명으로 불릴만한 바람을 만들어 냈다.
 
2018년 겨울 한 검사의 폭로 이전에도 성폭력에 대한 저항은 존재했다. 하지만 개인의 외로운 싸움과 일각의 연대에 그치던 당시의 움직임은 미투운동을 만나 그야말로 운동의 성격을 띄게 됐다. 한 검사의 폭로와 최영미 시인의 ‘괴물’은 2016년의 최순실이 그랬듯 ‘티핑포인트’ 역할을 했다. 청주대의 경우에도 학교의 징계로 마무리될 뻔 했던 사안이 여학생들의 미투에 남학생들까지 힘을 보태며 학교 담장을 넘을 수 있었다.
 
촛불혁명은 궁극적으로 정치체계의 회복, 즉 동맥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특정인의 의지나 권력으로 수백, 수천억원이 좌지우지되고 블랙리스트란 이름으로 배제되는 사회를 바꾸길 원하는 목소리다. 광장은 개헌, 탄핵, 재벌 해체,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등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냈고 그 목소리는 탄핵과 특검, 새로운 정부로 진행형이다.
 
촛불혁명이 동맥이라면 미투운동은 모세혈관에 대한 얘기다. 미투운동은 단순히 남녀문제가 아니라 성별을 넘어 갑을, 상하, 권력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2017년 한국사회 주요 키워드인 ‘갑질’과 ‘페미니즘’이 만나 미투운동으로 싹을 띄웠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2016년 촛불로도 바뀌지 않은, 우리 각자 삶의 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부조리와 폭력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촛불혁명은 2017년 봄 탄핵이라는 지점을 만나 일단락됐다. 미투운동 한 달, 아직은 확산 단계이지만 곧 다가올 봄을 앞두고 미투운동의 연착륙을 위한 우리의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은밀한 곳에서 아직도 말하지 못하는 상처를 나누고 이를 가십거리가 아닌 변화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권력을 가졌다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함부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과 같이 예민한 부분은 더더욱 상대방의 동의없이 침범해서는 안된다. 서로를 성별과 지역, 능력, 재력 등으로 구분짓고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동등하고 바르게 대하는 연습과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인권을 대전제로 이를 각 분야에 적용시키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미투 신고제도 마련, 성폭력 처벌 강화, 성폭력 예방 교육 의무화 등 대책은 많고 다양하다. 미투의 목소리는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박용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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