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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 질병 지정에 게임업계, "발끈" 18개국 반대 목소리
각국 게임협회·단체 한목소리로 협력…정신과 전문가 등 36인도 합류
2018-03-02 06:00:00 2018-03-02 06:00:00
[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의 개정을 통해 게임장애를 새로운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계획에 국내 게임업계가 국제 단체와 학계 등과 협력해 전방위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일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소속된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미국(ESA), 캐나다(ESAC), 호주 및 뉴질랜드(IGEA), 유럽 18개국(ISFE) 등 각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유관 단체, 협회들과 힘을 모아 게임 질병화 시도를 반대하는 국제 공동 협력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적 권위의 정신 건강 전문가, 사회 과학자, 각국 연구센터 및 대학 교수진 등 전문가 36명도 WHO의 게임 장애 항목 신설 계획에 반대할 뜻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게임 장애 신설에 지적하는 근거를 담은 논문을 '행동 중독 논문' 저널을 통해 게재시킬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지스타'에서 학생 및 관람객이 게임 시연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넥슨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주요 쟁점은 ▲해당 진단을 지지하는 연구진 간에도 게임 장애를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고 ▲연구의 질을 향상시기키 위한 의도로 질환을 공식화하는 것은 광범위한 범위의 비 임상적인 사회 맥락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 ▲질병 분류 시스템 상 새로운 질화늘 공식화하기 이전에 중독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돼야 한다는 점 등 6가지가 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증명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장애를 질환으로 분류하려는 WHO의 계획에 대해 전 세계에서 반발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WHO의 게임 장애 분류 시도는 투명성이 부족하고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으며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만큼 즉각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게임업계는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등 관련 협회 8곳은 지난달 19일 '비과학적인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하며, ICD-11 개정안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WHO는 올해 5월로 예정된 11차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에 앞서 게임장애를 개별코드로 넣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ICD-11 초안은 게임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 행위의 패턴'으로 정의한다.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지만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등 3가지를 장애 진단기준으로 제시한다.
 
WHO가 게임장애를 ICD에 포함하면 ICD를 기초로 만드는 한국질병분류코드(KCD)에도 게임장애가 등재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질병분류코드(KCD)는 ICD를 기초로 만든다. WHO가 게임중독을 ICD에 포함하면 한국 역시 이르면 내년부터 의료기관에서 게임중독을 공식 질환으로 진단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온라인,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약 20억명에 달한다"며 "이런 정의와 진단기준으로 20억명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콘텐츠를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도 게임 장애에 대해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WHO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4차산업혁명의 한 축인 게임을 '질병화'한다는 문제 제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20억명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콘텐츠를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며 "과학적 엄밀성이 부족한 자의적 판단에 따라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게임 장애'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할 피해와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도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방식"이라며 "일부에서 일어나는 중독성은 일반적인 스포츠나 다른 여가 문화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극소수의 이탈적인 행동을 포편화시켜서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콘텐츠산업이 전세계를 주도하는 주력산업으로 차지하는 현시대에 맞지 않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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