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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년)한반도 평화 초석 마련…"일관된 정책이 위기를 기회로"
판문점 선언 이행 숙제로…"미 의회, 중국 설득도 필수"
2018-05-09 14:30:48 2018-05-09 18:22:01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난해 5월9일 ‘장미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국정을 시작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만큼 걱정이 앞섰다. 유난히 뜨거웠던 촛불의 염원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만큼 개혁의 책무가 막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우려와 달리 많은 분야에서 호평을 받으며 높은 국민적 지지를 끌어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전문가들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지난 1년 간 정책을 경제, 외교안보, 정치 등 3개 분야로 나눠 점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활발한 중재외교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 초석을 놓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 판문점 선언과 각 국이 내놓는 약속 이행을 위해 문 대통령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9일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정권을 인수해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키고 새로운 평화시대를 열기로 약속한 것이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북한 핵·미사일이 고도화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갈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따른 한일관계 악화 속에서 평화 우선의 한반도 정책을 일관되게 펼친 것이 빛을 발했다는 설명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한반도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상태로 전환시켰다”고 호평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내세우며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내비쳤다. 독일 방문 중이던 지난해 7월 쾨르버재단 연설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의지를 북한이 매우 중대하고 긴급한 신호로 받아들일 것을 기대하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 일관성 있는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 추진 등의 구상도 내놨다. 당시만 해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으나,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입장과 지난달 말 2018 남북 정상회담 성사 등을 거쳐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과거 협상과정과 달리 문 대통령이 정상 간 담판을 통해 굵직한 외교 이벤트들을 이끌어낸 것이 특징이다.
 
2018 남북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이뤄진 것은 가장 괄목할 만 한 성과다. 역대 정상회담이 임기 중반(김대중정부) 또는 임기 말(노무현정부)에 이뤄지면서 후속조치 이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적어도 향후 4년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판문점 선언’을 기반으로 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이산가족·친척 상봉,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 등의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기 지지부진했던 남북 경제협력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당국이 조만간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와 조사·연구 등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경제 수요를 적절하게 결합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고, 국제사회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사업들이 도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반도 주변 4강 외교 중심에서 벗어나 외교 노선을 다변화한 것이 향후 경제·안보 측면에서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약속이행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고유환 교수는 “이행이 안되면 약속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큰 문제들은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우선 의제인 비핵화 문제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 어떤 식으로 합의될 지가 관건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미 의회를 어떻게 설득할지도 과제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 체제보장의 핵심은 북미수교이며 이는 미 의회의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 전 미 의회로부터 체제보장 약속을 받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임에도 관련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제언도 내놓는다.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이자 향후 주한미군 한반도 주둔 문제 등을 놓고도 중요한 협의 대상이다. 판문점 선언 속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적극 추진’ 내용을 놓고 중국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한 것은 향후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미 3자이든 남북미중 4자이든 우리의 고도의 전략일 수 있으나 그것도 먹혀야 전략”이라고 했다. 양무진 교수도 “우리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4자 우선론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종전선언·평화협정 과정에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을, 우리 정부는 중국의 협조·지지를 얻을 수 있는 실리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경기 파주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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