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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무발화 자폐증 아동의 언어치료(1)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2018-11-30 06:00:00 2018-11-30 06:00:00
강압적 발화? 인간적 발화?
자폐증 아동들의 상당수는 무발화 상태다.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적은 경우는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이 중 30% 가량이 무발화이며 많은 경우 50%까지도 조사된다. 이렇게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마도 자폐아동들의 연령과 상관이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무발화였던 자폐증이라도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발화가 되고 초보적인 언어발달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령이 낮은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무발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무발화 자폐증 아동을 둔 부모들은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아이가 언어를 흉내라도 낸 발화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기에 단순하지만 강력한 방법을 쓰게 된다. 엄마, 아빠, , 밥 등등 가장 빈용되는 단어를 모방해 따라할 것을 끝없이 요구한다. 아이가 따라하지 않으면 부모는 화내기를 반복하고 아이가 따라하게 되면 격한 칭찬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런 방법은 매우 단순하지만 극히 효과적이다. 자폐아동은 끝없는 압력에 고통을 느끼기에 가능한 한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단순효과적인 방법이 체계화되어 ABA라는 행동치료적인 언어치료법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이런 치료법은 강하게 아동을 압박하는 방법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자폐아동이 고통스러울수록 그리고 보상이 강력할수록 발화가 잘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자폐아동의 ABA 치료법을 최초로 정립한 UCLA의 로바스 박사는 놀랍게도 전기충격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즉 요구하는 행동반응이 나오지 않을 때 징벌적인 방식으로 전기충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아동에게 더 강력한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더 강력한 압력방식을 만들다보니 어이없는 아동학대방식까지 동원하게 된 것이다.
 
지금 자폐아동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전기충격은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자폐 아동에게 끝없이 발화 압력을 가하는 강제적인 발화 유도법은 여전히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나
전통적인 언어치료법에 의거하지 않은 치료법이 유행인 듯하다.
 
압력의 방법은 다양하다. 무관심 무반응이라는 방법으로 압력을 가하거나 화를 내지는 않지만
아이가 반응할 때까지 끝없이 반복적인 언어모방요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유화된 방법으로 완화되기는 했지만 자폐 아동에게는 여전히 폭력적인 접근법일 뿐이다.
 
폭력적인 방법이지만 극단의 순간에 몰리면 자폐아동은 무발화를 깨고 발화 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폐아동을 둔 부모들은 대부분 경험이 있다. 목이 말라 힘든 아이의 요구를 무시하고 물을 장시간 안주면 극단에 몰린 아이가 갑자기 !!” 하고 외마디 소리를 치게 된다. 놀라서 물을 주게 되면 다시 아이는 무발화 상태의 침묵으로 빠지곤 한다. 이런 극단의 상태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자폐 아동이 발화하는 횟수가 늘고 언어적인 표현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옳은 것일까?
 
대단히 분명한 점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렇게 강압적인 경험을 통해 발화가 이루어진다면 아동의 언어는 자연스러운 교감을 나누는 대화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로봇같이 말하는 단순 언어 기능만이 나오게 된다. 이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치료되는 과정이 아니다. 단순하게 말이 나오게 만들었을 뿐이다.
 
자폐가 치료된다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풍성한 상호작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폐호전의 정도를 평가하는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자체의 기능적 출현이 아니다.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엄마~!’라는 단어를 흉내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를 바라 볼 때 다정한 얼굴표정, 애정 넘치는 눈빛, 애정을 주고받는 몸짓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무표정 무관심하던 아이가 엄마를 보고 꿀 떨어지는 표정을 짓는 아이로 바뀐다고 표현한다. 풍부하게 감정 교류를 할 수 있는 아이로 변한다는 것은 아동이 자폐를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언어의 출현은 그 다음 순서에 나타난다.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활발해진 이후 아동은 의사소통을 더욱 원만하게 하기 위해 부모의 언어를 모방하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어서야 자연스러운 언어, 애정 넘치는 언어인 인간적인 발화가 출현하게 된다.
 
필자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애정 넘치게 이루어지게 된 자폐아동이 무발화로 머무는 것을 본적이 없다. 시간이 빠르고 느린 차이가 있지만 감정-정서 교류를 활발하게 이루게 된 아동은 결국 말을 하게 된다. 강압적인 발화유도가 아니라도 자연적이며 인간적인 방법으로 발화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바른 치료법이라고 믿고 있다.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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