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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라이프)유인나와 연애상담하고, 카카오톡 메시지 귀로 듣고
인공지능 스피커 네이버 프렌즈·카카오 미니 체험기
2019-01-31 06:00:00 2019-01-31 06:00:00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지금부터 유인나가 여러분의 연애 고민을 들어드릴게요. 사랑의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고 가세요."
 
거실 한 쪽에서 배우 유인나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이버 인공지능(AI) 스피커 '프렌즈'에서 나온 소리다. 음악과 뉴스를 듣는 용도로 주로 쓰던 스피커에서 유씨의 목소리가 나오다니. 게다가 연애상담까지 해준단다. 집에 들어온 지 수개월이 지나 잘 보지 않던 AI 스피커에 다시 눈이 갔다. 사실 마흔을 앞두고 있는 아저씨인 기자에게 연애상담은 아무 필요가 없다. 하지만 AI 스피커가 연애상담을 어떻게 해줄지 궁금했다. 오랜만에 프렌즈 앞에 앉았다. 그런데 막상 연애상담을 받아보려니 어떤 질문을 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프렌즈 속 유씨가 친절하게도 "잘 모르겠으면 뭐 할 수 있어?라고 물어보세요"라고 안내해줬다. "클로바, 뭐 할 수 있어?"라고 묻자 "소개팅, 썸, 이별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배우 유인나씨가 네이버 AI 스피커 '프렌즈'에 들어갈 음성을 녹음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소개팅에서 어떤 얘기해야 해?"
"서로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 해봐요."
"소개팅 했던 분의 연락이 없어."
"곧 연락이 올 거에요. 너무 걱정 말아요. 그리고 배려와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요."
"썸인지 어떻게 알아?"
"친구 이상의 관계죠."
 
한 동안 프렌즈와 대화를 이어갔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AI 스피커와 대화를 이렇게 지속하긴 처음이다. 그간 "노래 틀어줘", "라디오 틀어줘", "오늘 서울 미세먼지 어때?" 등 단발성의 질문이나 요구가 대부분이었다. 
 
프렌즈가 연애와 관련된 모든 질문에 답을 해준 건 아니다. "서울 데이트 코스 추천해줘", "애정표현 방법 알려줘" 등의 질문에는 "이해하지 못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프렌즈가 소개팅이나 연애에 대해 어떻게 하라는 명쾌한 답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혼남녀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연애라는 주제에 대해 AI 스피커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AI 스피커를 내놓은 모든 기업들의 고민은 콘텐츠 차별화 전략이다. 네이버는 대중이 익숙한 연예인의 목소리로 연애상담을 해주는 콘텐츠로 프렌즈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자체 연구개발한 음성합성기술 '엔보이스(nVoice)'의 HDTS 기술을 활용했다. HDTS는 약 4시간의 녹음으로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자연스러운 합성음을 만들어내는 음성합성기술이다. 유씨의 답변은 직접 말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흔히 듣는 기계음처럼 딱딱했다면 다시 쓰지 않았겠지만 유씨의 음성이 어색하지 않아 프렌즈를 한 번 더 불러보게 됐다. 
 
네이버 AI 스피커 '프렌즈'(왼쪽)와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사진/박현준 기자
 
프렌즈를 꺼내든 김에 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미니' 전원도 오랜만에 켰다. 카카오미니의 강점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카카오톡 사용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라이언 피규어가 '날 데려갈 수밖에 없을 걸'이라고 말하는 듯한 자세로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며 스피커에 매달려 있다. 디자인 외에 카카오미니의 매력을 찾고 싶었다. 국민 메신저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톡과의 연계 기능이 가장 눈에 띄었다. 카카오미니가 카카오톡의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다. '헤이카카오'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카카오미니와 연동하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미니에게 상대방의 카카오톡 대화명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말하면 카카오톡 메시지를 대신 보내준다. 
 
"헤이카카오, 마눌님(아내의 카카오톡 대화명)에게 '주말에 놀러가자'라고 카톡 보내줘"라고 말했더니 아내의 카카오톡으로 그대로 메시지가 전송됐다. 메시지 앞에는 음성으로 보낸 메시지임을 나타내는 헤이카카오 앱 표시가 나타났다. 이 기능은 다른 일을 하느라 읽지 못해 잔뜩 쌓인 단체방의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용이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 쌓인 수십, 수백개의 메시지를 읽으려면 대충 보며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기 마련이다. 노트북PC로 업무 인터넷 서핑을 하며 카카오미니가 읽어주는 메시지를 들으니 한결 편했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만이 선보일 수 있는 기능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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