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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깜짝 방미, 강경화 폼페이오와 통화…미국중재 길 열까
한일 무역분쟁에 중국이 가장 큰 반사이익…"미국 국익 훼손 가능성" 부각할 듯
2019-07-11 16:12:05 2019-07-11 16:12:05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을 전격 방문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했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과 동맹관계이며 일본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려는 청와대의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지금의 사태가 단순히 한일 양국의 교섭차원에서 풀릴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둔 아베 내각은 수출규제 배경으로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연일 '안보위협'을 거론하며 자국 내 반한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했다"면서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국제공조'를 통한 해결 추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차장은 이날 워싱턴 D.C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과 미 상·하원(인사들을)을 다양하게 만날 것"이라며 "한미 간에 이슈를 논의할 게 좀 많아 출장을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미국의 중재를 요청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그 이슈도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차장은 방미 기간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로버트 라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단순히 전 세계의 교역질서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미국 측의 국익에도 크게 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일본의 규제조치가 장기화하고 한일 무역분쟁이 본격화 한다면,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이 최대의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양국 분쟁으로 전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및 전기·전자 제품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중국 기업들이 그 빈틈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전국경제인연합 세미나에서 "한일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전쟁과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해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일 무역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전기·전자산업의 경우 한국의 생산이 20.6%, 일본의 생산이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하게 돼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한일 무역분쟁으로 한미일 3국 공조체제가 흔들릴 경우 역내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의 이유로 북한을 거론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북미 비핵화 대화에도 일정부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차장의 출장에 대해 "며칠간의 일정인지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면서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본 수출 규제 포함해서 현안들을 협의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뭐든지 결과가 나와야지 말씀을 드릴 수 있다"며 "논의 과정 중에 있는 것들을 말씀드리는 것은 전략·전술 모든 것들을 다 공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을 아꼈다.
 
아프리카 출장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전날 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한일관계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가 우리 기업에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무역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강 장관의 발언에 이해를 표명했다.
 
이외에 김희상 외교부 양자 경제외교 국장이 이날 워싱턴 D.C에 도착했고, 롤런드 드 마셀러스 미 국무부 국제금융개발국장, 마크 내퍼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 등과 회동할 예정이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 출장도 예고돼 있는 등 우리 정부의 전방위 대미외교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4월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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