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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혼네 “라디오헤드 실험에 감명…한국, 고향 온 느낌”
열혈 록키드에서 전자음악하기까지 “라디오헤드 용기, 큰 영향”
“진정성 높여가는 음악 할 것…다음 앨범은 사적인 앨범”
“14일 공연 전석 매진에 놀라…한국 팬들은 늘 열성적”
2019-11-15 15:56:48 2019-11-15 15:56:4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자, 더 밴즈(The Bends) VS OK 컴퓨터(OK Computer)?”
 
15일 낮 서울 마포구 RYSE 호텔 15층 사이드노트클럽 안. 본지 기자는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 파란약 같은 선택지를 세계적 신스팝 듀오 혼네(HONNE·제임스 해처(프로듀서), 앤디 클루터벅(보컬 겸 프로듀서)])에 들이 밀었다. 브리티시 정통 록 스타일에 가까운 희대의 명반(‘The Bends’)과 록에 일렉트로닉을 섞어 본격 ‘라디오헤디즘’으로 나간 실험작(‘OK computer’)에 관한 질문. 지난해 이메일 인터뷰 때 라디오헤드의 실험적 음악에 경도됐다고 밝힌 그들이 한방 맞은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잠시 고민하던 앤디 클루터벅이 그들의 음악 방향에 꼭 들어맞는 답을 내렸다. “흠... OK컴퓨터. 제일 유명하기도 하지만 밴드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앨범이었죠.”(앤디 클루터벅)
 
혼네. 제임스 해처(왼쪽)과 앤디 클루터벅. 사진/워너뮤직코리아
 
‘혼네’라는 팀명이 만들어 지기도 전이었다. 대학생이었던 제임스와 앤디는 열혈 록 키드였다. 라디오헤드는 그들에게 신적 존재였다. 밴드의 진실되고 독특한 사운드를 자세히 뜯어보며 그들은 음악 꿈을 차근차근 키워갔다. [2018년 7월13일 뉴스토마토 기사 참조, 혼네 “라디오헤드식 발전…음악 인생에 큰 영향”] 
 
“밴드로 존경하는 이유는 그들의 용기예요, 매번 다른 앨범을 완전히 다른 식으로 가져와서 기존 팬들을 소외시켜버리죠.”(제임스) “음악적인 부분에선 프로덕션이 굉장히 좋아요. 록 사운드가 기본이지만 그들은 온갖 기계장비와 신스, 다양한 키보드를 동원해 실험을 하죠. 전자음을 하게 된 건 순전히 그들 덕이었어요.”(앤디)
 
2014년 영국 런던에서 마음이 맞은 둘은 듀오를 결성했다. 당시 일본을 자주 간 제임스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혼네(本音)’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나른하고 편안한 전자음에 진심을 담기로 한 그들 뜻에 잘 어울린다 여겼다. 혼네는 우리 말로 ‘속마음’, ‘진심’이란 뜻이다.
 
앤디 클루터벅.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음악을 만들 땐 순간의 느낌에 집중해요. 피아노를 치다가도 몰입하면 코드 하나라든지, 소리 자체를 아이폰에 녹음해요. 거기서 이야기의 여러 캐릭터를 얻고 풍성해지도록 초점을 맞추죠.”(앤디)
 
클래식한 소울에 감각적인 신스 음을 뒤섞는 음악은 세계에서 대표적인 ‘감성 음악’으로 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데뷔곡 ‘웜 온 어 콜드 나이트(Warm On A Cold Night)’이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며 점차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주로 밤에 관한 곡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Day 1 ◑’, ‘Sometimes ◐’ 등 ‘낮과 밤’에 관한 얘기로 넘어가고 있다. 
 
1년 전 본지 기자는 ‘낮’이 등장하는 의미를 물었는데, 이들은 “질문 깊이가 깊다”며 “다음에 한국에 오면 생각해오겠다”고 했다. 기억을 환기시켜주니 박장대소 터뜨린다.
 
“실제로 낮과 밤의 차이는 우리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쳐요. 긴장을 풀거나 편한 느낌을 떠올릴 땐 밤에 관한 곡을 써요. 반대로 현재에 집중하고, 밝고, 햇빛 찬란한 감정을 떠올릴 땐 낮에 관한 곡이 나오고요.”(앤디)
 
혼네. 제임스 해처(왼쪽)과 앤디 클루터벅. 사진/워너뮤직코리아
 
현재 감정에 집중한다는 이들은 ‘지금의 혼네’에 관한 곡도 쓴다. 올해 2월 발표한 ‘Location Unknown’은 세계적 뮤지션이 된 후 변화된 자신들의 상황을 풀어낸 곡. “세계적인 가수가 돼 투어를 도는 건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친한 친구 결혼식도 못가고, 지인 생일 축하도 못해주고, 곧 있을 크리스마스도 못 챙기는 그런 점은 많이 씁쓸하죠.”(앤디)
 
음악에 담는 그들의 진정성 척도를 퍼센트로 수치화하면 어떨까. 몇초 단위 안에 눈치, 정적이 흐르다 숫자 몇 개가 튀어나온다. “첫 앨범은 75? 두 번째 앨범은 85? 앞으로 나올 3집은 100?”(앤디) “앨범을 만들어갈수록 진정성을 높여야죠.”(제임스) 앤디가 창의적인 농담으로 제임스의 답을 받았다. “맞아요. 세 번째 앨범은 낮과 밤을 모티프로 한 2집(‘Love Me / Love Me Not’)에 이어 런치 앤 디너가 될 거예요. 아침으로 뭐 먹고, 저녁으로 뭐 먹었는지도 공개할 겁니다. 하하.”(앤디)
 
2016년 첫 내한 공연 이후로 듀오는 해마다 한국을 찾아오고 있다. 2017년 ‘서울재즈페스티벌’,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으로, 지난해 7월에는 ‘사운드 시티’ 참석 차 내한했다. 전날 이태원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공연 역시 전석 매진. 듀오는 “한국에 돌아온 건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첫 단독 공연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번에도 매진 사태를 듣고 놀랐다. 큰 떼창, 열성적인 면은 다른 국가 팬들과 다른 한국 팬들의 특징”이라고 했다.
 
제임스 해처. 사진/워너뮤직코리아
 
내한 때마다 홍대, 강남에서 노래방 체험도 하고 한식도 즐겨 먹는다. 케이팝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해에는 방탄소년단 RM과 협업했다. 믹스테이프 ‘Mono.’ 수록곡 ‘seoul’에 프로듀서로 이름을 새겼다. 
 
“처음에 RM씨가 우리 곡 ‘Warm On A Cold Night’를 트위터로 공유해줬어요. 그래서 서로 협업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었죠. 믹스테이프 작업 후에 답례로 저희 곡 ‘Crying Over You ◐’ 피처링을 해줬고요. 협업 식으로 하는 작업들은 아마 다음 앨범 때도 실릴 것 같아요.”(제임스)
 
다음 앨범은 “내밀한 사적 앨범이 될 것 같다”는 그들 말 직후. 타자 소리만이 고요한 정적을 밀어내고 있었다. 통유리에 비친 무채색 비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런데, 잔잔하게 들리는 타자 소리 참 좋네요. 비오는 날 릴렉싱을 위한 소리 같아요. 1년 뒤 또 만나 들려줄래요?”(앤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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