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붕괴에 선 그은 '낙관론'...대통령 사과도 '일축'
한 총리, 4개월 만에 대국민 담화
"모든 개혁엔 반발…뒤로 가면 물거품"
2024-09-12 13:24:01 2024-09-12 19:22:1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응급실 의료대란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가 여론을 다독이기 위한 행보에 나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연휴 기간 '응급실 붕괴론'에는 선을 그었는데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의료대란 문책·사과에 대해서는 개혁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불안한 추석을 맞게 됐습니다. 
 
추석 의료대란 불안 달래기...의사 향해서는 강경
 
정부는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한 총리는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설 연휴에 하루 평균 3600여 개의 당직 병·의원이 문을 열었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는 두 배 이상 많은 하루 평균 약 8000개의 당직 병·의원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2주 간의 비상응급 대응주간에는 한시적으로 진찰료가 인상됩니다. 병의원 진찰료와 약국 조제료는 공휴일 수가 가산율을 30%로 적용해 왔는데요. 올해 추석 연휴 동안 만큼은 가산율을 '50%' 수준으로 인상합니다. 환자가 내는 추가 본인 부담은 없습니다. 
 
한 총리는 "의료 상황이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일각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의료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론을 달래면서도 의사들을 향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최근 의료계 내부에서 응급실 근무 의료진의 신상을 공개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에 대한 조롱과 모욕이며 개인의 자유의사를 사실상 박탈하는 비겁한 행위"라며 "블랙리스트 작성자와 유포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서는 의료계 일부만 참여해도 일단 출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개문발차 방식으로 일단 협의체를 띄워놓고 의료계 참여·확대를 기대한다는 겁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허석곤 소방청장.(사진=연합뉴스)
 
25년 증원은 그대로..."사과는 개혁 동력 떨어뜨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한 총리는 "2025년은 이미 3:1, 4:1 정도의 경쟁률로 의대에 지원을 하고 있다"며 "모집 요강은 현실적으로 바꾸기가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개혁은 고통스럽다"면서 "더는 미룰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수능 원서접수가 지난주에 끝나 52만명이 (시험을) 보게 돼 있다"며 "입시단계에 넘어온 사안을 다시 되돌리거나 조정하자는 것은 수험생이나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안"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정책 관련자 문책과 대통령 사과에 대해서도 일축했습니다. 장 수석은 "의료개혁은 1년8개월 이상 준비해 온 사안"이라며 "모든 개혁은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갈등 상황이 된다고 해서 사과를 한다거나 문책을 하는 것은 오히려 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일축했습니다. 
 
이어 "여기서 다시 뒤로 돌아가면 개혁은 물거품이 되고 국민들이 원하는 개혁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개혁 내용에 대해선 굉장히 지지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며 책임자 문책을 촉구하고 나섰는데요. 제1야당 민주당도 의료계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카드로 복지부 장·차관 경질 압박에 나섰습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협의체 구성에 여야 의견이 모아졌지만 의료계 입장이 아직 완강하다"며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동작구 한 대형병원에 추석 연휴 휴진 안내문이 놓여 있다. 안내문에는 16일부터 18일까지 추석 연휴 휴진 안내와 함께 응급 의료센터 정상 진료 문구가 적혀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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