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3차 상법’…재계, 자사주 소각 러시 “태워야 산다”
자사주 소각, 비자발적 취득분 포함 가닥
소각 행렬도 급증…한달 새 116% 증가
재계 입장 변화 기류…“반발 크지 않을것”
2026-02-20 16:06:43 2026-02-20 16:06:43
[뉴스토마토 배덕훈·백아란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의 자사주 소각 시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2월 말에서 3월 초로 예정된 임박한 법안 처리 시점과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주주 친화 모습을 보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3차 상법 개정안 중 쟁점이 된 재계의 비자발적 취득 자사주의 소각 대상 제외요청은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그간 강하게 우려를 표명해 온 재계의 입장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됩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5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김용민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논의했습니다. 민주당은 법안소위 의결 후 오는 23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2월 말에서 3월 초 본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입니다.
 
민주당 주도로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기업들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방어 또는 승계 수단으로 악용해 왔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상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기업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 1년 이내 소각해야 하고 처분 계획을 매년 주주총회에서 승인 받아야 합니다. 또 임직원 보상 등 일정 요건 목적의 경우에는 주총의 특별 결의 등 승인을 받아야만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게 됩니다.
 
비자발적 자사주도 소각 가닥
 
관건은 비자발적 취득 자사주의 소각 의무화여부입니다. 재계는 그간 합병 등의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사주의 소각 의무 면제를 강하게 요구해 온 바 있습니다.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사주가 일률적으로 소각 대상으로 규정되면 부작용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앞서 지난달 20일 경제8단체는 비자발적 취득 자기주식은 정부가 장려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경우가 많고 향후 석유화학 등 구조개편이 필요한 산업에서 인수합병(M&A) 중 취득한 자기주식을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면 사업재편 속도가 늦어지고 격변기 산업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비자발적 취득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과 합병 이슈 등으로 보유 규모가 큰 SK, 롯데 등이 직접적인 타격권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SK의 경우 SK㈜의 자사주 비중은 24.6%에 달하는데 이중 60%가 넘는 자사주가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물량입니다. 해당 물량은 과세가 이연된 상황이었지만, 이를 모두 소각할 경우 5000억원대에 달하는 세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5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상법 일부개정안 등 법안심사자료가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와 민주당은 합병이나 분할 과정에서 기업의 의도와 상관없이 취득하게 된 비자발적 자사주 역시 소각 의무 대상에 포함하되 이사회 결의로 소각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들어 79개사 소각작년 2배
 
법안 통과가 가시화하자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행렬도 급증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결정 공시는 2(20일 기준) 54(기재 정정 제외)으로 지난달 전체 공시 건수(25)116%를 넘어섰습니다. 올들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모두 79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40)2배에 달합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691425주 약 635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내달 31일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3년 간 발행주식총수의 6%를 나눠 소각하겠다고 밝힌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는 연 2% 수준 소각 목표를 채우겠다는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지분율 2.1%에 해당하는 1530만주(보통주)의 자사주를 소각했습니다. 금액으로는 122400억원에 달합니다. 삼성전자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10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임직원 보상분을 제외한 8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입니다. LG전자의 경우도 최근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을 통한 감자를 결정하고 내달 23일 주총에 자기주식 소각 승인 안건을 올렸습니다.
 
올해 들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주요 기업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밖에 삼성물산은 약 2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고, KT&G, LS, KT, HPSP, HD건설기계, SK디스커버리 등도 최근 자사주 소각·처분 공시를 통해 상법 개정 대응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신속하게 통과함에 따라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한 상태라며 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고했고,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었다는 점도 상장사의 주주환원 확대 압력이 증가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우려를 표해 온 재계의 입장 변화 기류도 감지됩니다. 또한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가짜뉴스로 신뢰성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정부 비판 목소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상법은 이미 1, 2차에서 다 개정이 된 상태고 3차는 큰 이슈가 없어 (재계의) 심리적 반대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 정부 들어서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이 좋고 이익을 보고 있는 까닭에 굳이 정부 정책 기조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안하면 좋겠지만, 이미 시장이 반응하는 등 뒤집을 수 없는 흐름으로 가고 있어 차라리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논의를 빠르게 가져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또한 비자발적 자사주 등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대원칙이 깨질 수 있고 불확실성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소각을 의무화 하되 유예기간을 주는 등 충격을 완화시킬 장치의 필요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배덕훈·백아란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