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명분 흔들리는 MBK…고려아연 승부 앞두고 '악재'
ISS 제동 걸린 '이사 6인 선임안'…9월 이후에는 더 불리
'ESG' 내세우기에도 민망…기관투자자 표심 잡을 수 있나
2026-03-13 08:00:00 2026-03-13 08: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1일 17: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막판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우호 지분을 포함한 수치상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와 사모펀드(PEF)를 겨냥한 강력한 규제 법안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면서 MBK의 인수 전략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은 이달 24일로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관투자자 표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MBK는 지난해부터 영풍과 연합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추진하며 지분 매입과 공개매수 등을 통해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ISS, '이사 6인 선임안' 제동…MBK·영풍 타격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지난 9일 최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경영권 찬탈을 시도하는 MBK·영풍 연합의 핵심 안건에도 반대하며 양측 모두에게 숙제를 안겼다.
 
타격은 MBK·영풍이 더 클 것이란 평가다. 개정 상법에 따라 새로운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9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MBK가 이번 주총에서 확실히 끝내지 못하면 9월 이후에는 더욱 불리한 환경이라는 진단이 뒤따른다.
 
MBK·영풍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이사 6인 선임안'에 대한 ISS의 반대 의견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5인 선임안'을 주장했고, MBK·영풍 연합은 '6인 선임안'을 제안했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 6인 선임에 실패할 경우, 9월 이후 강화될 규제로 인해 MBK의 바이아웃 전략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직무가 정지된 이사 4명을 제외하면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이사 6명이 이달 중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선임이 필요하다. 
 
고려아연 측이 이번 주총에서 5명만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선제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해야 하는 인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번 주총에서 임기 만료되는 6명을 모두 새 이사로 채울 경우, 9월 법 시행 시점에 맞춰 감사위원을 추가로 뽑을 자리가 없어진다.
 
반면 MBK·영풍 측은 이번 주총에서 6명을 모두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사회 내 우군을 한 자리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사회 구성에서 한 석 차이로도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이사를 선임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ISS는 MBK 연합이 제안한 6인 선임안은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전략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꼬집는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시한 '5인 선임안'이 상법 개정 취지와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더 적절하고 현재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구성이라는 것이다.
 
다만 ISS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 및 유상증자, 이사회의 견제 기능 상실, 불투명한 자금 운용 등 지배구조 상의 결함을 이유로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이를 두고 MBK 측은 "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회사 자본과 의사결정 구조를 사적 통제 수단으로 활용한 것에 대해 국제 기준의 경고가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반격에 나섰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법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선임 절차를 맞추기 위해선 별도의 임시 주주총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며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뿐 아니라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ISS 판단에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MBK는 지분이 44%나 되지만, 감사위원을 뽑을 땐 3%만 인정받게 된다"며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대부분 3% 미만의 지분을 들고 있어 고려아연이 감사자리를 가져가면 MBK는 경영권을 가져와도 강력한 감시자를 내부에 두게 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기관투자자 표심, 주총 승패 좌우할 핵심 변수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한 가운데, 기관투자자 표심은 이번 주총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 MBK·영풍과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각각 40%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과 주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표 대결의 균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ISS 자문기관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은 약 7%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주요 기관주주로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MBK·영풍 측에 불리한 분위기다. ISS 외에도 국내에서 ESG 평가와 의결권 자문을 제공하는 한국ESG평가원이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한국ESG평가원은 지난 6일 '2026년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 경영진 체제에서 보여주는 실적 및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환원율 제고에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며 "고려아연은 2025년 중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을 기록했고,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환원(자사주소각+현금배당) 제고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해 왔음이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거버넌스개선과 주주환원 확대에는 영풍MBK연합의 경영권위협이 긍정적인 자극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으나, 경영권 혼란이 심화될 경우, 기업 성장과 주주가치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제고에 주주들이 힘을 모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단은 최근 MBK의 갑작스런 홈플러스 파산 신청에 따른 사회적 여파와 영풍의 환경 이슈가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다.
 
특히 영풍은 지난해 석포제련소의 조업 정지가 확정되면서 MBK 경영권 인수 명분인 '지배구조 개선'이 역설적으로 공격받은 바 있다. 앞서 대법원은 석포제련소의 환경 오염(폐수 유출 등) 문제로 조업 정지 2개월 판결을 확정, 이후 환경부와 경상북도는 협의를 거쳐 지난해 2월26일부터 4월24일까지 58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석포제련소는 최근 몇 년간 노동자 사망 사고와 폐수 무단 배출 등 각종 구설에 휘말린 바 있다. 이에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제련소 폐쇄까지 요구하며 영풍을 규탄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국내외 자문사들과 기관투자자들이 MBK·영풍 측에 손을 들어주기엔 민망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MBK는 이번 인수의 명분으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정상화를 내세웠지만, 자문사들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시각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며 "고려아연의 본업 특성상 불거질 수밖에 없는 기술 보안과 지속 가능성 문제를 고려하면,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우호적으로 넘겨 주기 위한 명분은 이미 잃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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