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폭발사고…K방산 신뢰도 ‘악영향’
대전사업장, 8년새 3차례 사고·사망자 13명
생산 안정성·안전관리 역량 의문제기 가능성
“개별 기업 사안 아냐…법적 제도 정비 필요”
2026-06-02 14:46:30 2026-06-02 14:46:30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또다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안전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K방산이 글로벌 수출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반복되는 중대재해가 단순 생산 차질을 넘어 해외 수주 신뢰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사진=뉴시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10시59분쯤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대전사업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핵심 방산 생산 거점으로, 천무 다연장로켓을 비롯해 각종 유도무기와 추진기관 관련 생산이 이뤄지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해당 사업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8년 5월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바 있습니다. 2019년 2월에도 로켓추진체에서 연료를 분리하는 이형 작업 중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최근 8년 새 같은 사업장에서 세 차례 폭발사고가 발생해 모두 13명이 숨진 셈입니다.
 
한화 측은 과거 사고 이후 관련 공정 자동화와 안전설비 보강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고 역시 추진체 제작 관련 공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안전관리 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한화 관계자가 사고 공정에 대해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인지했던 사안”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을 두고 안전불감증 지적도 제기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국내 방산업계의 수출 호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K방산 수출의 핵심 전략으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국 생산시설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될 경우 수입국 입장에서도 생산 안정성과 안전관리 역량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해당 사업장이 핵심 수출 품목인 천무 다연장로켓을 비롯해 각종 유도무기와 추진기관을 생산하는 거점인 만큼, 사고 수습과 조사 과정이 길어질 경우 생산 차질이 납기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대외 신뢰도 하락 가능성도 지적됩니다. 한화그룹이 최근 유럽, 중동,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방산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화오션은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복된 중대재해는 한화 방산 부문의 해외 발주처 신뢰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2일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가 자칫 K방산 수출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해외 발주처나 수입국 입장에서는 생산시설의 안전관리와 기업 신인도를 평가할 때 상당히 민감하게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특히 고위험 방산 제품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생산 차질이 납기와 수출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같은 사업장에서 세 차례나 대형 폭발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의 안전관리 문제를 넘어 방산 생산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특히 화약류와 추진제 등 고위험 물질을 다루는 공정은 자동화·무인화가 필수적인데, 현행 방산 원가 보상 체계가 이 같은 투자를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방산 원가 제도는 무기 생산에 들어간 비용을 기준으로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구조에서는 인건비는 비교적 쉽게 원가로 인정되는 반면, 위험 공정을 자동화하는 투자비는 충분히 보상받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고위험 작업에 사람이 계속 투입되는 구조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같은 공장에서 세 번째 사고가 발생한 만큼, 이번 사고를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 공정은 자동화·무인화가 필요하지만, 이를 어렵게 만드는 방산 원가 제도의 맹점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위험성을 알고도 사람이 직접 작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남아 있다면 유사 사업장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자동화 투자에 대한 보상 체계, 법·제도 정비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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