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피지컬AI의 결합, ‘카봇’이 온다
(‘카볼루션’ 시대)②‘차·AI·로봇’ 경계, 무너져
현대차 ‘완성차’→‘피지컬 AI’ 기업 본격 전환
2026-06-04 14:52:35 2026-06-04 15:09:49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명령을 기다리던 기계가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지시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이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자동차가 있습니다. 바퀴 달린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으로 진화하는 이른바 ‘카봇(Carbot)’의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입니다. 전통적 완성차업체였던 현대차그룹이 자동차(Car)와 로봇(Robot)의 결합을 뜻하는 ‘카봇’의 선도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왼쪽),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사진=현대차)
 
업계에 따르면, 피지컬 AI 시장은 2025년 약 800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대 초반 90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차량·로봇·드론을 포함한 피지컬 AI 기기 누적 출하량이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약 1억4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박세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피지컬 AI가 사람처럼 현실 세계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려면 결국 로봇지능이 핵심”이라며 “로봇의 몸체가 하드웨어라면 로봇지능은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로봇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실증 작업이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테슬라가 보여준 '진화의 시작'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결합하는 분야는 자동차입니다. 피지컬 AI가 적용된 모빌리티는 다른 차량과 보행자를 감지하는 수준을 넘어, 도시와 도로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사람과 차량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에도 더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운전자가 조작하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 환경을 읽고 판단하는 지능형 기기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피지컬 AI 주요 분야별 시장 규모 전망. (그래픽=제미나이)
 
해외에서 이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업이 테슬라입니다. 테슬라는 자동차가 ‘바퀴 달린 로봇’이며,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두 발 달린 로봇’이라는 철학을 공유하며, 이들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단일화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데이터를 옵티머스의 움직임 학습에 직접 활용하고 있으며, 2026년 내 옵티머스 3세대 양산과 일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웨이모는 구글이 축적해 온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자체 TPU 기반 훈련 환경과 제미나이 모델 아키텍처를 결합한 ‘웨이모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고, 자율주행 서비스 지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현대차그룹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는 AI 기반 알고리즘과 라이다·카메라 융합 센서를 탑재해 복잡한 실내외 환경에서도 사람과 장애물을 스스로 인식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습니다. CES 2026 로보틱스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공식 인정받았고, 올해 1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해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화물 운반 로봇 '모베드'. (사진=현대차)
 
이 변화의 토대가 되는 것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입니다. 글로벌 SDV 시장은 2023년 270억달러에서 2034년에는 7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기별 피지컬 AI 출하량 전망을 보면 드론이 약 5900만대로 가장 많고, 로봇이 4800만대, 자율주행차(L4 이상)가 38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 산업이 단순한 이동 수단 제조업을 넘어 피지컬 AI 플랫폼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차, 2030년까지 50.5조 투자
 
피지컬 AI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현대차그룹을 두고 업계에선 전동화와 SDV, 자율주행을 결합해 차량을 하나의 지능형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로봇 기술로 생산 구조를 혁신하는 동시에, 차량 자체를 피지컬 AI 기기로 전환한다는 전략이 눈에 띕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만 총 125조원을 투자하는데, 이 중 50조5000억원을 자율주행, 로보틱스, SDV, 수소에너지 등 미래 사업에 투입합니다. 미국에도 2025~2028년 260억달러를 쏟아붓는데, 이는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누적 투자액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 일정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2027년 말 고속도로 환경에서 레벨2+ 기술을 탑재한 첫 SDV를 출시하고, 2029년 초에는 도심 환경에서도 가능한 레벨2++ 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스트레치-협동로봇-자율주행 물류 로봇의 물류 작업 시연 모습. (사진=현대차)
 
로봇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피지컬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GPU 26만개 공급과 기술 협력을 약속받은 바 있습니다. 아울러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 체계를 구축해 실제 제조 현장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은 전신에 56개 자유도를 구현해 대부분 관절이 완전 회전이 가능하며, 사람 키와 비슷한 체구에 인간형 손을 장착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부품 원가 경쟁력 확보에 강점이 있는 반면, 현대차는 실제 산업 현장 및 공장 라인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높은 완성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주행 데이터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수십 년간 도로에서 축적한 주행 데이터가 로봇의 움직임 학습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는 것으로, 자동차 제조사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 강점입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당시 평가한 기업가치는 약 11억달러, 한화 약 1조2482억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환산 기준으로 3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인수 당시 대비 20배 넘게 가치가 불어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미래 투자가 아닌, 그룹 전체의 피지컬 AI 전략을 떠받치는 핵심 자산으로 격상된 것을 뜻합니다.
 
엑스블 숄더 활용한 윗보기 작업 및 스팟 AI 키퍼 품질 검사 과정 시연.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국 매체 <세마포>와의 인터뷰에서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는 모빌리티를 넘어서는 현대차그룹 진화의 핵심 요소”라며 “인간과 협업하는 로봇을 통해 이 비전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를 만들던 기업이 스스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지능 기계를 만드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셈입니다.
 
*3편에서는 차량 판매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반복 수익을 창출하는 완성차업체들의 새로운 ‘신수익 방정식’을 살펴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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