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내 증권사와 금융권이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접점을 빠르게 넓히고 있습니다. 과거 실명계좌 제공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협력에서 벗어나, 지분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거래소를 디지털자산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끌어안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지난 29일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네테로 다이 OKX 글로벌 마켓 총괄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정철호 컴투스홀딩스 대표(왼쪽부터)가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진행된 코인원 투자 유치 계약 체결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코인원)
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의 움직임은 단순 업무협약(MOU)을 넘어 지분투자로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에 나섰습니다. 하나은행도 두나무 지분 투자를 결정하며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했습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고,
한화투자증권(003530)도 두나무 지분을 추가 확보하며 디지털자산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처럼 금융권이 거래소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향후 법인과 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허용되고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스테이블코인, 커스터디 등으로 시장이 확장될 경우 거래소가 구축해 놓은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와 고객 접점이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증권사는 토큰증권과 RWA 등 자본시장 기반의 디지털자산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래소의 기술·운영 경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예금토큰, 커스터디, 결제·정산 인프라와 연결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 역시 금융권과의 협력을 통해 제도권 신뢰도와 기관 고객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금융권과의 제휴가 고질적인 수수료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들은 그동안 개인 투자자의 현물 원화 거래 수수료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해 왔습니다.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거래대금이 줄면 실적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러나 금융권과 협력하면 거래소의 역할도 기관 고객, 수탁, 결제·정산, 데이터 서비스 등으로 역할이 넓어질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금융권의 진입은 거래소에 기회임과 동시에 경쟁 압박으로도 작용하는데요. 스테이블코인과 RWA, 커스터디 등은 거래소만 노리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은행과 증권사도 같은 시장을 미래 수익원으로 보고 있어, 제도화 이후에는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권의 진입은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향후 시장 주도권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두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경쟁 압박의 시작이기도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은 금융권과 거래소의 제휴 확대를 디지털자산 인프라 선점 경쟁으로 봤습니다. 김 회장은 "전통 금융권이 가상자산 거래소가 구축해 놓은 인프라를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유통을 선점하려는 경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양측의 협력 배경에 대해서는 "금융권은 거래소가 구축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거래소는 전통 금융권의 신뢰와 네트워킹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서로 윈윈(Win-Win) 하려는 흐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제도화 이후에는 협업 구도가 주도권 경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봤습니다. 김 회장은 "플랫폼은 네트워킹을 먼저 선점하고 힘이 강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특성이 있다"며 "실제 시장이 움직이고 작동하게 되면 돈이 많이 쏠리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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