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사고에도…한화 “작업중지 책임은 정부” 법정공방
120억 부당이득 반환 소송
항소심 중 이달 또 폭발사고
2026-06-07 15:56:37 2026-06-07 15:56:37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2019년 대전사업장 폭발사고 이후 내려진 작업중지 명령이 위법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소심을 진행 중인 가운데, 같은 사업장에서 또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법원은 1심에서 안전관리 부실에 따른 사고와 납품 지연 책임이 모두 회사에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번 사고로 한화 측의 주장이 다시 논란에 휩싸일 전망입니다.
 
서울 중구 소재 한화 서울 본사. (사진=뉴시스)
 
7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3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상대로 120억2000만원 규모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대전지방법원에 냈습니다. 2019년 2월 노동자 3명이 숨진 폭발사고로 인해 ADD에 지체상금(납품 지연에 따른 배상금) 120억원을 납부했는데, 이를 돌려달라는 것입니다.
 
당시 대전사업장에는 2019년 2월14일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고 이후 순차적으로 풀려 약 6개월 만인 8월14일 모두 해제됐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소송에서 "이 사건 작업중지 명령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 제7항에 따른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라며 "납품 지연은 원고의 귀책 사유로 인한 것이 아니고 불가항력 내지는 작업중지 명령의 주체인 정부의 책임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작업중지 명령은 원칙적으로 사전적 예방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원고와는 무관한 정부의 시책(정책)이라고 봐야 한다"며 "원고가 아닌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사고 발생과 납품 지연의 책임 모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근로자들의 설비 개선 건의를 묵살하는 등 안전을 소홀히 한 점, 2018년 폭발사고 이후 9개월 만에 사고가 재발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사고를 발생시킨 주체는 원고이며 작업중지 명령에 따른 작업 중지는 원고의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지체상금이 면제돼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작업중지 범위가 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업장 전반의 안전·보건 관리 수준이 미흡할 것으로 예상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다. 범위가 과다하거나 정도가 중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고 나흘 뒤인 2월18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된 특별감독에서 안전·보건 조치 위반사항이 114건 적발됐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20억2000만원을 부담하는 것은 과다하다고 인정된다면서 지체상금 규모를 약 96억2000만원으로 감액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9월 1심 판결에 항소했고 현재 대전고등법원에서 법정 공방을 이어오고 있는 와중에 이달 1일 대전사업장에서 폭발사고가 또 일어난 것입니다. 과거 작업중지가 과도했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K방산이라며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후진국형 중대재해가 연일 터지고 있다"며 "안이한 안전의식이 대형 참사의 원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안전보건 분야 투자액은 2024년 35억원으로 전년(72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대전사업장은 소방당국의 화재안전조사에서 최근 2년 연속 불량 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최근 사고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과거 작업중지 명령이 과도했다는 회사 측 주장과 달리 동일 사업장에서 중대 폭발사고가 반복되면서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과 기업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사고로 대전사업장에 부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황이어서 향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발주처 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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