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농협중앙회의 비대한 권한 분산과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한 '2차 농협 개혁'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내부통제와 선거제도 개편에 초점을 맞춘 1차 개혁에 이어 이번에는 농협중앙회와 경제·금융 사업 지배구조까지 손보겠다는 구상인데요. 다만 1차 개혁안이 정부와 농협 측의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해관계가 복잡한 2차 개혁 추진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농협 '인적분할' 초미 관심사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2차 농협 개혁 로드맵을 밝히며 농협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 조합원 직선제와 외부 감사기구 설치 등을 담은 1차 개혁안이 관치 논란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자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설득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정부의 농협 개혁 작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설계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가 2차 개혁 로드맵을 공개한 것은 농협 개혁이 정부의 관치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개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인적분할 등 방식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면 지역 조합장과 조합원들의 분위기도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협개혁추진단은 전날 농식품부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2차 농협 개혁 추진 방향을 공개했습니다. 정부는 오는 7~8월까지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2차 개혁은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개선 △경제사업 활성화 △조합·조합원 제도 개선 등이 주요 내용으로 하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경제사업 인적분할 가능성입니다. 김기태 농협지배구조분과 간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로 유지할지, 인적분할 할지를 논의하고 있다"며 "중앙회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의 제도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와 경제지주 지분을 100% 보유하면서 금융·경제 사업을 사실상 모두 통제하고 있는데요. 중앙회장이 금융과 경제 사업을 동시에 좌우할 수 있는 구조라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농협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인적분할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인적분할은 현재 중앙회가 보유한 지주회사 주식을 지역농협이나 조합원에게 배분해 중앙회의 직접 지배력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금융지주와 경제지주가 중앙회의 통제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되는데요. 현행처럼 중앙회가 지주회사를 그대로 보유하는 물적분할 유지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어 최종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2차 개혁안에는 경제 사업 개편도 포함돼 있습니다. 정부는 신용 사업 의존도가 높은 도시농협의 수익을 농산물 판매 사업으로 연결하고 산지 조직 확대와 판매 조직 광역화를 통해 농산물 유통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도시농협이 벌어들이는 신용 사업 수익을 경제 사업 활성화 재원으로 활용하고 도농 상생기금 확대 등을 통해 농촌조합의 경제 사업 기반도 강화한다는 구상입니다.
조합원 제도 역시 손질 대상입니다. 정부는 청년농의 농협 참여를 확대하고 여성 조합원의 참여를 높이는 한편 품목조합 가입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초기 출자금 부담을 줄이는 방안과 조합 규모화, 운영 합리화 등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농협이 금융 중심 조직이 아니라 농업인의 생산과 유통을 지원하는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모습. (사진=뉴시스)
"관치 논란 해소 관건"
다만 2차 개혁의 선행 과제인 1차 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변수입니다. 정부는 지난 3월 농협법 개정안을 통해 중앙회장 선거제도 개편과 감사 체계 독립을 골자로 한 1차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1차 개혁안의 핵심은 차기 농협중앙회장을 현재 대의원 간선제가 아닌 전체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로 전환하는 내용입니다. 중앙회장의 대표성을 높이고 일부 대의원 중심 선거에서 발생했던 금품 선거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독립된 농협감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현재 감사 기능은 중앙회 조직 내부에 있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정부는 중앙회와 지주회사, 계열사, 지역조합까지 모두 감사할 수 있는 외부 독립 감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농협중앙회와 일부 조합장은 중앙회장 직선제에는 원칙적으로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에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감사 기능이 외부로 분리될 경우 협동조합 자율성이 훼손되고 조직 운영비용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게 반대 논리입니다. 정부는 현재 수준인 연간 약 500억원 안팎의 예산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양측의 견해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목표대로 2차 개혁안이 최종 이행되기 위해서도 입법 과정이 최대 변수로 꼽힙니다. 정부는 7~8월 최종 개혁안을 발표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1차 개혁안조차 반년 가까이 정부와 농협 간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2차 개혁은 중앙회의 권한 축소와 지주회사 지배구조 개편, 조합원 권한 확대 등 농협 조직 전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사인인데요. 중앙회와 지역농협,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 과정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1차 개혁으로 내부통제와 투명성을 확보하고 2차 개혁으로 중앙회 권한 분산과 경제 사업 중심 체질 개선까지 완성한다는 게 당초 농협 개혁 큰 그림"이라면서 "선행 입법이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보다 큰 구조 개편을 담은 2차 개혁까지 정부 일정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인근 건물 외벽에 금융노조 농협지부가 내건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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