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을 둘러싼 논란이 교육정책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해당 드라마는 교권보호국이라는 가상 기구의 감독관들이 학교폭력, 악성 민원, 교권 침해를 처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교육 현장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가와 폭력 미화 논란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심지어 민주 진영의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교권보호국 도입을 주장하지만,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를 '파시즘'으로 규정하고 반대하는 중입니다.
지난 5일 공개된 '참교육'은 일주일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45개국 1위에 오르면서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자 드라마에 등장하는 가상 기관인 ‘교권보호국’의 현실화 여부를 놓고 교육계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졌습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왼쪽)이 지난 9일 IB월드스쿨인 대구 복현중학교에서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오른쪽)을 만나 미래교육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논쟁에 본격적인 불을 지핀 건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입니다. 그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참교육'을 10회까지 다 봤다. 학교의 기능이 무너져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로서 경기도교육청의 '교권보호국' 신설 여부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교육부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 정책브리핑 보고서를 발간하고, 수업 방해과 악성 민원 등에 대해 교사 개인이 아닌 국가가 나서 통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교권보호국 도입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안 당선인은 17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경기형 교육활동 보호 정책 구상과 관련해 기대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달'을 보자는데 '손가락'만 보시면 서운하다"며 "제가 말한 교육활동 보호는 교사만을 위한 권한 강화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과 공교육 신뢰를 지키기 위한 기반이다. 응징도, 체벌도, 학부모를 적으로 돌리는 일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반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권보호국은) 파시즘적 정책이다. 교육권보호국을 만들 수는 있지만, 드라마에서 나오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교권 보호를 하더라도 교육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 별도의 강력한 기구를 신설하는 외형적 접근보다는 교사와 학교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기존 시스템을 내실화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생태전환교육한마당 세계청소년기후포럼'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가 만난 현장의 교사들 역시 드라마 참교육과 교권보호국에 대해 서로 다른 결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학교폭력 담당 전담교사를 맡은 적이 있는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수업 중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핸드폰을 수거하는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는 순간 교사는 조사를 받으러 다녀야 해서 정신적 피해가 엄청 크다. 학급 전체에도 피해를 준다"고 했습니다.
이어 "무고로 드러나더라도 자기 무죄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과정 자체에서 위축돼 이후 모든 교육활동이 소극적으로 변한다"며 "학부모 민원이 아동학대 신고로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교사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재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학교 현직 담임교사 B씨는 "100건의 갈등 중 1건이 법적 절차로 가면 나머지 99건의 정상적인 교육활동까지 다 법적 절차를 밟을까 봐 (교사들이) 위축된다"면서 "아동학대부터 사생활 침해까지 교사를 법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장치가 너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학교 관리자(교장, 교감)는 문제가 생겼을 때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중요할 때 빠진다. 학교 차원의 보호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법이나 장치를 만들었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민원을 교사 대신 전담해 준다면 좋은 장치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교사노조에서 활동하는 초등학교 교사 C씨는 드라마 '참교육'에 대해 "솔직히 '사이다'라고 하고 싶지만 본질을 왜곡하는 위험한 드라마가 맞다"면서 "악성 민원과 생활지도 불응으로 매일 고통받는 교사들에게 교권보호국의 등장은 일종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정작 교육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지금 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문제가 되는 학생들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정당한 훈육을 아동학대로 몰지 않는 법적 면책권과 분리 조치 시스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치원에서 일하는 교사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국공립어린이집 교사 D씨는 "초·중·고등학교보다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이 매일 이루어질 정도로 잦다 보니 악성 민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소한 민원이나 부탁 아닌 부탁을 받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유치원에서 작은 생채기가 생겼을 때 바로 연락하지 않으면 '왜 설명이 없었느냐'는 민원이, 반대로 안전을 위해 조심스럽게 실내 활동을 하면 '아이들이 충분히 뛰어놀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D씨는 "지나치게 많은 학부모 민원들을 걸러줄 거름망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끔은 내가 교사로서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건지 돌봄 역할을 더 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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