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맞은 노란봉투법…조선·차 업계 현장 혼란 토로
원청의 안전관리, ‘사용자성’ 족쇄로
정부 “판례 축적되면 불확실성 해소”
2026-06-18 16:46:56 2026-06-18 16:58:09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하청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와 원·하청 상생을 목표로 닻을 올린 ‘노란봉투법’이 시행 100일을 넘기면서 산업 현장의 고민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재계는 모호한 ‘사용자성’ 규정 탓에 핵심 산업 생태계가 노사 갈등에 빠져들고 있다며 제도 보완을 호소하지만, 정부는 이를 새로운 제도의 안착 과정으로 보며 현장의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습니다.
 
18일 열린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현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국회 토론회에서 김성현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18일 ‘국가비전2050포럼’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현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토론회에서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사용자에게 엄격한 책임을 요구해 원청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를 이행할수록 ‘실질적 지배력’으로 간주돼 하청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있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압박감을 느낀다”며 “한화오션(042660)현대제철(004020)도 2심이 진행 중인데 HD현대중공업(329180)처럼 법 개정 이전의 사안인 만큼 명확한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과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단계 협력업체 구조를 가진 산업계의 세부적인 고충도 이어졌습니다. 김성현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무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상 위원회를 두고 논의할 수 있는 절차가 있는데 노동법상 교섭 테이블로 반드시 끌고 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원청이 가지는 일반적인 ‘지시권’ 경계가 몹시 불명확한 데다 고용노동부 해석 지침상 ‘구조적 통제’ 기준마저 모호하다”고 했습니다. 또 “조선사들은 정부나 지자체와 연계해 기금을 조성하고 오지 작업장 특성상 교통편을 제공하는 등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복리후생 제공마저 ‘실질적 지배력’ 행사로 해석돼 사용자성 확대로 이어진다면 제도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현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국회 토론회. (사진=뉴스토마토)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전기차는 2만개, 내연기관차는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가 단 하나의 부품만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완성차 생산이 전면 중단된다”며 “8500개에 달하는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노조들까지 동시다발적으로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1년 내내 노사 갈등에 시달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상운 대한건설협회 실장은 “안전관리를 적극적으로 수행할수록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현장에서는 오히려 안전관리 활동 자체를 최소화하려는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례로 폭염에 대비해 물품 지급이나 휴게 시설 설치 등 직접적인 안전 조치를 계획했으나, 향후 사용자성 판단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 실제 조치 이행을 주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제도의 안착 과정을 설명하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습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전 평균 원청 한 곳당 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조는 2.6개소 수준으로, 하나의 원청이 1년 내내 수백 개의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강승헌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6월5일 기준 95개 원청 사업장에서 지노위의 사용자성 인정 결정이 내려졌고, 44개소는 결정에 따라 순조롭게 절차를 진행 중이며 12개소 정도만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며 실제 제도에 순응하는 사업장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법규가 추상적이라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판례가 축적되면 사례집을 발간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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