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식도 생략한 채 MOU 발효…비용만 떠넘긴 '트럼프 완패'
4개 조항 걸쳐 이란에 '경제적 양보'…"언제든 공습" 겁박만
2026-06-18 17:20:40 2026-06-18 17:31:13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당초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발효됐습니다. 공식 서명식마저 생략하고 MOU 발효에 초점을 맞춘 건데요. '화려한 서명식' 대신 '미국의 완패'로 끝난 협상이라는 점이 반영된 상징적 장면입니다. 게다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미국이 이란에는 사실상의 배상금을 지불하고, 이를 동맹국의 주머니에서 꺼내 가려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됩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베르사유궁서 '직접 서명'…발효 앞당겨 
 
1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이란과의 종전 MOU에 직접 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에 앞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고, 서명 이후 "그건 확실히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는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식 서명식을 통해 발효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때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프랑스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명식에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대신 양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단이 만나 초기 협상은 이어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종전 MOU는 당초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시점에 공식 서명이 이뤄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화려한 서명식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패한 협상'이 방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군사적 패배 이란, 경제적으로는 성공"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109일을 맞아 종전 MOU 서명까지 도달했지만, 본게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양국이 앞으로 60일 동안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는 건데요. 
 
베일에 감춰졌던 MOU의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이란 측에서 이미 14개 조항에 대해 보도한 바 있지만 미국 측을 통해 전문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14개 조항을 보면 이란이 공개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에서는 '트럼프의 완전한 패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입니다. MOU 5조에는 '60일간만 호르무즈 통행료 면제, 상업 선박의 통항은 즉시 시작'이라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이로 인해 양국의 해석 차가 나타납니다. 이란에서 이를 놓고 60일 뒤 '수수료 부과'가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쟁 이후 이란의 불법적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 위협이 '해협 통제권'으로 인정된 꼴입니다. 
 
또 4조와 6조, 10조와 11조에는 이란에 대한 경제적 양보까지 담겼습니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의 재건을 위해 3000억달러 규모의 계획을 미국이 제시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원유 등 수출 제재 면제와 함께 동결 자산에 대한 허가와 승인 부분도 담겼습니다. 대신 해당 내용들이 MOU 이행과 연동되고는 있지만 사실상 전쟁 기간 이란이 제기한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진 셈입니다.
 
특히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전쟁을 시작한 미국이 이란의 재건 비용인 3000억달러에 대해서는 동맹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과 일본·유럽 등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이란 재건 투자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게다가 이란은 해당 투자기금을 사실상의 '전쟁 배상금'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실질적으로 얻어낸 유일한 성과는 '핵무기 개발 포기' 약속입니다. 하지만 이란은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이 주권이라는 원칙을 유지해 왔습니다. 결국 원칙적 합의일 뿐인데요. 게다가 농축우라늄 문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하에 이란 내에서 희석하도록 했습니다. 고농축우라늄의 미국 반출 등을 요구했던 미국의 입장 대신 이란의 요구가 수용된 겁니다.
 
이번 MOU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군사적으로 패배한 이란이 경제적으론 승리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CNN>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에 발포하지 않는 대가로 당장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달성하고자 했던 모든 목표, 그리고 그 이상을 이뤄낸 것"이라고 자평했고 "이건 MOU일 뿐이고 만약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그들을 향해 총을 쏘고 머리 위에 폭탄을 투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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