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탄핵 정국으로 혼란을 겪었던 페루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국내 방산 기업의 수출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된 만큼 수출 협상도 다시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페루에서 쌓은 사업 기반과 현지 협력 경험이 인근 중남미 국가로 진출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10회 국제 국방·재난방지 기술 전시회(SITDEF)에 현대로템의 K2 전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현대로템)
15일 방산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K2 전차 3대와 K808 차륜형 장갑차 6대가 지난 6일(현지시각) 페루 칼라오항에 도착했습니다. 페루 현지 운용 환경에 맞춰 사막형 위장 도색을 적용한 이 차량들은 오는 28일 수도 리마에서 열리는 독립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는 페루 측과의 협의를 거쳐 성사된 것으로, 게이코 후지모리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열리는 첫 공식 행사입니다.
업계에서는 새 대통령 취임과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동안 지연됐던 후속 계약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탄핵 정국에서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방산 사업을 확정하기 어려운 데다, 후지모리 당선인이 치안 강화와 국방력 확충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특히 취임 직후 열리는 첫 국가 행사에 국내 장비가 등장한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K2 전차와 K808 차륜형장갑차의 이행계약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2월 페루 육군 및 국영 무기공장 파메(FAME)와 K2 전차 54대, K808 차륜형장갑차 141대 공급을 위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약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사업으로, 양측은 가격과 납기, 세부 사양, 군수지원 조건 등을 확정하는 이행계약 체결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 대통령 탄핵으로 과도정부가 들어서면서 계약을 확정하기 어려웠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페루형 차세대 잠수함 공동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페루 해군 및 국영 시마(SIMA)조선소와 차세대 잠수함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부터 기본설계를 수행해 왔습니다. 기본설계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잦은 정권교체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계약 추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번 새 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후속 계약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FA-50 수출을 추진 중입니다. 페루가 올해 4월 주력 전투기로 미국 F-16 블록70을 선택했지만, 노후 훈련기와 경공격기를 대체할 추가 수요는 남아 있는 만큼 KAI는 FA-50과 KF-21을 연계한 패키지 제안으로 장기적인 전력 현대화 사업을 공략한다는 전략입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사업은 정부 정책과 밀접한 만큼 그동안 페루의 잦은 정권교체와 탄핵 정국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다”며 “새 정부가 치안 강화와 군 현대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만큼 기존에 논의해 온 사업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어 “페루를 거점으로 남미 시장에서 수출 영토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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