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낮고 다중채무도 ‘OK'…신보 보증심사 괜찮나
신보 미회수 구상채권 8.9조
상환력 심사·사후관리 과제
2026-09-29 15:05:37 ㅣ 2026-09-29 15:31:44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저신용에 기대출 보유 기업 등 부실 우려가 큰 곳에도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추가로 서는 등 정책보증 심사와 사후관리 적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신보가 보증 기업 대신 대출금을 갚은 뒤 회수하지 못한 구상채권은 9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규모 기업 대표인 A씨는 최근 신보에 1억원 규모의 보증을 신청했습니다. A씨의 신용점수는 500점대이고, 자동차 담보대출 3건으로 3000만원의 개인 채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보증재단 대출이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일요일 저녁 신보 사이트에 가입해 보증을 신청했는데 이후 신용조회와 담당자 배정이 이뤄졌다"면서 "담당자로부터 제출 서류와 양식을 안내받았고, 조회 결과에 따라 2억~3억원까지 가능하다는 설명도 들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대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와 비슷한 사례들이 잇따라 올라오며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정책보증의 특성상 신용도가 낮거나 민간 금융회사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기존 채무와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향후 부실이 보증기관의 대위변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신보는 금융회사의 대출 등에 보증을 제공하고, 보증 기업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금융회사에 대신 변제한 뒤 해당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는데요. 실제 신보의 미회수 구상채권 규모는 조 단위로 누적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신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미회수 구상채권은 8조931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대위변제 후 기간별로는 1~3년이 지난 채권이 3조2374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5~10년 미만 1조4919억원, 1년 미만 1조4894억원, 3~5년 미만 1조3672억원 순이었습니다.
 
대위변제 후 10년이 넘도록 회수되지 않은 채권도 1조3451억원에 달했는데요. 구상권 회수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8년5개월로 나타났습니다. 대위변제 후 1년 안에 회수되는 비율은 15.9%에 그쳤고, 1~3년 미만도 16.1%에 머물렀고 일부 채권은 최장 35년2개월 만에 회수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책보증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저신용 기업에 대한 보증 자체를 문제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기존 부채가 많고 상환능력이 낮은 기업에 대한 보증이 확대되면 대위변제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기존 부채와 상환능력을 함께 고려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보증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기업이나 차주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대위변제율이 높아진다는 이유만으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기존 부채가 많고 상환능력이 낮은 대상에게 보증이 계속 확대될 경우 대위변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존 부채와 상환능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정책금융의 역할과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인데 정부가 민간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가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정책금융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민간 금융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전체 금융시스템에서 정책금융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성훈 의원실 관계자는 "정책금융이라는 이유로 회수 관리까지 느슨하게 이뤄진다면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상환 여력이 있는 채무자의 재산 추적과 장기 미회수 채권 관리를 강화해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 본사. (사진=신용보증기금)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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