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에 '상위리그' 격인 세그먼트 제도를 도입하고 부실기업 퇴출을 강화해 시장 체질 개선에 나섭니다. 성장 단계와 경쟁력에 따라 기업을 구분하고 관련 지수와 금융상품을 만들어 기관과 외국인 등 장기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시장에서는 제도 개편이 실제 수급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기업 수익성과 정보 접근성, 지배구조 등 투자 여건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29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개최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는 코스닥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이제는 양적 성장을 넘어서 질적인 성장을 거듭해야 할 때"라며 "코스닥도 디스카운트가 아닌 프리미엄을 누리는 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거래소가 제시한 핵심 해법은 기업의 규모와 성장 단계, 특성에 따라 상장사를 나누는 세그먼트 제도입니다. 기업별 특성을 반영한 진입 기준을 마련하고 신규 상장기업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위 '셀렉트' 세그먼트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세그먼트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을 단순히 서열화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코스닥 안에서 기업의 성장 단계와 특성에 맞는 역동적인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거래소는 상위 세그먼트 편입을 공시 강화와 주주환원 확대, 지배구조 개선의 유인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관련 지수와 금융상품 개발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시장에 장기간 남아 있는 부실기업을 신속히 정리하는 방안도 추진됩니다. 최 상무는 "부실기업 퇴출 강화의 목적은 단순히 상폐 기업의 숫자에 있지 않다"며 부실기업이 정상 기업의 성장과 자금조달을 저해하는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인투자자에 편중된 수급 구조를 기관과 연기금 등 장기자금 중심으로 넓혀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고객의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다"며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면 결국 기관과 연기금 등 투자자의 포트폴리오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 센터장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경우 약 13조원의 수급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그는 "양호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연기금이나 기관 자금을 유치하면 패시브나 ETF 상품도 같이 개발되고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관의 투자 비중을 인위적으로 높이기보다 장기투자에 나설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상무는 "기관에 코스닥을 1% 사라, 2% 사라고 강요하는 시장보다 기관들이 마음 편히 투자할 수 있는 시장으로 거듭난다면 기관 자금은 충분히 유입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그먼트 도입이 상위군과 그 밖의 기업 사이에 새로운 서열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김준만 코스닥협회 전무는 시가총액과 단기 실적 위주의 기준으로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을 짚으며 성장성과 기술성, 혁신성 등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김 전무는 "좋은 기업이 부족한 게 아니라 좋은 기업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함께 성장할 장기자금이 부족한 것이 현재 코스닥의 현실"이라며 "단기 실적보다는 기술력과 미래가치를 보고 기다려줄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가 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코스닥시장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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