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정폭력 신고당한 경찰, 징계위는 '문제삼지 않겠다'…'불문경고'로 감면
경징계 요구에도 정식 징계 피해…감경 사유는 비공개
경찰공무원 가정폭력 신고 통계 없어…관리 필요성 제기
2026-10-04 11:27:32 ㅣ 2026-10-04 11:27:32
[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장미란씨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 처리한 제주서부경찰서 A경장이 과거 가정폭력 관련 비위로 경징계 요구를 받았지만, 징계위원회에서 최종 '불문경고'로 처분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정폭력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하는 경찰 조직이 소속 경찰관의 가정폭력 비위에 대해 정식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엄격한 징계와 내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종철(경찰청 차장)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9월3일 '실종신고 허위 종결' 관련 사망자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이해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경장은 2023년 가정폭력 관련 비위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을 받아 징계위원회에 경징계가 요구됐습니다. 그러나 징계위원회는 심의 끝에 이보다 낮은 수준인 불문경고를 의결했습니다.
 
불문경고는 징계위원회가 비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식 징계 처분은 내리지 않는 조치입니다. 경찰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뉘는데, 불문경고는 이 징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결국 A경장은 경징계 요구를 받고도 심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징계는 받지 않은 셈입니다.
 
다만 처분 수위가 낮아진 구체적인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A경장에 대한 불문경고 의결 사실은 확인했지만, 징계위원회의 구체적인 판단 내용과 감경 사유는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가정폭력 신고를 접수해 현장에 출동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한편 가해자를 수사하는 기관입니다. 그런 만큼 소속 경찰관의 가정폭력 관련 비위에는 일반적인 품위유지 의무 위반보다 한층 엄격한 내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가해자가 경찰일 경우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징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 피해자의 경찰에 대한 신뢰는 더욱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경찰 내부 직원이 저지른 가정폭력 건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해식 의원실이 최근 5년간 가정폭력 신고 사건 중 행위자 또는 피신고자가 경찰공무원인 사건의 수와 인원을 요구하자, 경찰청은 "경찰공무원의 가정폭력 신고 현황은 통계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경찰관이 연루된 가정폭력 신고 규모를 조직 차원에서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겁니다.
 
A경장은 가정폭력 관련 비위로 불문경고를 받은 뒤 장미란씨 실종사건 허위 종결 문제로 다시 징계 대상에 올랐습니다. 앞선 비위에 대한 처분이 정식 징계에 이르지 않았던 만큼, 경찰 내부의 비위 관리와 징계가 재발 방지에 충분히 기능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 사무처장은 "경찰관의 가정폭력 관련 통계를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경찰의 수사 역할과 책임이 커진 상황에서, 경찰 내부의 가정폭력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여성폭력 피해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 내부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을 전수 점검하고 처리 과정까지 살펴, 보다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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