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옆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시작된 지 2년, '옥석 가리기'의 칼날이 지방 현장을 직격하고 있습니다. 경·공매 유찰과 준공 후 미분양 적체, 건설사 회생 도미노 속에 살릴 수 있는 사업장마저 '부실 낙인'에 묶여 자금줄이 마르는 악순환이 깊어집니다. <뉴스토마토>는 연속 보도를 통해 지방 PF 현장의 실태를 점검하고 벼랑 끝 생태계를 살릴 정교한 선별 지원책을 모색합니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이수정·박선영 기자] 2년 넘게 이어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수치상 안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지방 PF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수도권과 본PF 중심의 편중 지원이 지방 건설업계의 도산을 부채질한다는 지적 속에, 단순 털어내기식 정리에서 벗어나 사업성 있는 지방 현장을 선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금융권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68조8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조원 줄었습니다. 직전 분기 감소 폭(4조5000억원)에 비하면 크게 둔화했습니다. 유의(C)·부실우려(D) 등급 여신은 15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9%입니다.
지난 2024년 5월 시작된 구조조정은 '털어내기'에 쏠렸습니다. 6월 말까지 누적 정리·재구조화 규모 19조7000억원 가운데 경·공매와 상각 등 '정리'가 14조4000억원으로 73%를 차지했습니다. 신규 자금을 넣는 '재구조화'는 5조3000억원에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속도가 떨어져 올해 상반기 실적은 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5조8000억원)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돈은 다시 도는데…은행·본PF로 쏠려
PF대출 잔액은 6월 말 115조8000억원으로 2023년 말 이후 처음 증가했습니다. 2분기 신규 취급액도 23조5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6조7000억원 늘었습니다. 증가분은 대부분 은행에 집중됐습니다. 은행 PF대출은 한 분기 새 2조원 늘었는데, 착공 후 단계인 본PF가 3조5000억원 불어난 반면 착공 전 단계인 브릿지론은 1조5000억원 줄었습니다. 브릿지론을 주로 취급해 온 증권사 PF대출은 1조3000억원 감소했고, 여신전문·저축은행·상호금융도 일제히 뒷걸음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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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중소금융권의 부실은 오히려 깊어졌습니다. 상호금융 PF대출 연체율은 3월 말 5.51%에서 6월 말 10.79%로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4.12%로 4.96%포인트 올랐고, 중소금융회사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32.2%에 달했습니다. 본PF 연체율도 3.35%에서 3.92%로 높아져 공사를 마친 사업장마저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금융권에서도 한 번 부실로 분류된 사업장에 다시 돈을 넣기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입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부실하다고 판단된 PF를 살리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사실 금융권에서는 부실 PF가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는 의식이 팽배하다"며 "지방이면 당연히 더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그사이 지방 현장은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8월 말 전국 미분양 6만9134가구 중 비수도권이 4만9998가구로 72%를 차지했고, 준공 후 미분양도 2만8080가구 쌓여 있습니다.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는 675건으로 역대 최대였고, 올해도 9월 초까지 건설업체 2946곳이 폐업을 신고해 1년 전보다 26% 늘었습니다. 8월에는 대구 시공능력 3위 태왕이앤씨가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지원은 수도권만…국감서도 '지방 사각지대' 질타
정부 지원 초점도 수도권에 맞춰져 있습니다. 당국이 담당자를 지정해 밀착 관리하는 사업장 279곳은 모두 수도권 규제지역 주거사업장입니다. 지방 현장의 체감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 지방 건설사 대표는 "PF가 조금 풀렸다는 것도 수도권 이야기"라며 "지방은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다는 편견이 아직까지 걷히지 않고 있어, 최근 사업성이 살아난 곳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지방 사업장을 우선적으로 선정한다고 하지만 지방에서는 본PF 자체가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금융지원 프로그램마저 대출 신청 이후 승인이나 거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이라 도산 위기에 봉착한 곳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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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방 홀대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 15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보증 229건(35조7000억원) 가운데 수도권과 광역시가 86.5%를 차지했습니다.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은 단 2건(0.15%)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날 국토위에서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입 실적이 15% 안팎에 그친다는 질타도 나왔습니다.
우선 정부는 지방 PF 보증 걸림돌을 없애는 제도 개선을 준비 중입니다. 당시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PF 보증의 지역 편중을 짚으며 심사 방식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요구에, 최인호 HUG 사장은 "적정 분양가 산출이 어려워 PF 보증을 이용하지 못하고 손해를 볼 수 있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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