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윤석열 무죄 만든 명태균 진술…신빙성 판단은 '정반대'(종합)
오세훈 2심 무죄…1심 시장직 상실형 뒤집혔다
같은 재판부, 사건따라 명태균 진술 판단 엇갈려
'윤석열 무죄' 땐 믿고, '오세훈 무죄' 땐 안 믿어
2026-10-23 18:16:47 ㅣ 2026-10-23 18:16:47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2심 재판부가 명태균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재판부가 맡았던 윤석열씨의 정치자금법 사건에서는 오 시장 선고와는 반대로 명씨 주장을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같은 재판부가 같은 사람의 진술 신빙성을 사건에 따라 달리 평가한 겁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에게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오 시장 후원자 김한정씨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 3300만원을 김씨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하급심 판결이 엇갈린 이유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직접적인 증거는 명씨의 진술이 유일합니다. 명씨는 오 시장으로부터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받았고, 김씨가 비용을 대납할 것이란 말도 직접 들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앞서 1심은 명씨 진술 일부를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씨 진술이 전체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하는 한에서 명씨 진술을 신뢰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에 1심은 공소사실 여론조사 10건 중 5건을 오 시장이 의뢰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김씨가 명씨 측에 보낸 돈 중 2100만원이 오 시장의 여론조사 비용이라고 봤습니다. 명씨 진술 중 객관적 증거와 맞는 일부를 인정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2심은 명씨 진술 전부를 믿을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명씨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1심이 명씨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일부 공소사실 유죄 판단에서 명씨 진술을 믿었는데 여기에 문제는 없는지 집중적으로 심리하고 검토했다”고 전제했습니다.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명씨의 진술 중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과장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점 △오 시장이 명씨를 고소하겠다고 하자 명씨가 오 시장 혐의에 대해 진술한 점 △수사기관 수사가 거듭되면서 증거가 늘어남에 따라 명씨 진술이 구체화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명씨의 일부 진술을 신뢰할 다른 증거가 제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오 시장이 이틀 전 처음 만난 명씨에게 울면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불법적 비용 부담까지 언급했단 주장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 △미래한국연구소가 공소사실 기간 전후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를 수차례 해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위해 여론조사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언급했습니다. 
 
재판부는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 대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씨가 명씨 측에 수천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명백히 인정되므로 유죄의 의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거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명씨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들로 인정되는 단편적 사실들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검사의 입증이 확신을 갖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 비록 피고인 주장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아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해도 결국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문제는 똑같은 재판부가 다른 사건에선 명씨의 진술을 믿었단 겁니다. 오 시장 2심을 판결한 서울고법 형사7부는 윤씨와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2심을 맡은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 7일 윤씨와 명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하며, 그 근거로 명씨 진술을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명씨가 윤씨에게 이기는 맞춤형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한 동기에 대해 “명씨의 인정 욕구 및 과시욕 만족을 위한 정치적 영향력 증대”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씨의 수사기관 진술을 적시하고, 판단 근거로 삼았습니다.
 
재판부는 윤씨 사건에서도 윤씨 부부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1심 유죄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법조계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옵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같은 재판부가 같은 증인의 진술 신빙성을 달리 판단한 건 의아하다”며 “정치자금법 사건의 특성상 직접 증거가 없단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재판부가 명씨의 말을 믿고 현직 서울시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는 데 심히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윤씨 사건과 달리 명씨 진술 신빙성을 판단한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