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김포시 고촌읍 일대 아파트 단지. 정부는 지난달 29일 김포 고촌을 비롯해 하남, 의정부, 고양 등 수도권 그린벨트 6곳을 풀어 공공주택 총 7만6700가구를 공급하는 신규 택지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이수정 기자)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로 지정한 김포시 고촌과 고양시 대곡 현장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김포 고촌에서는 토지주들이 보상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반면 고양시 덕양구와 일산 인근에서는 주민 의견을 묻지 않은 주택 공급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분위깁니다. 다만 두 지역 모두 실제 거래는 뜸한 '관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김포·구리·하남·의정부·고양 등 수도권 그린벨트 6곳에 공공주택 7만6700가구를 공급하는 신규 택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김포 아라는 고촌읍·사우동 일원 365만㎡에 3만7000가구가 들어서는 최대 규모 지구입니다. 고양 대곡지식융합지구는 덕양구 대장동 일원 42만㎡가 더해집니다. 이에 따라 면적은 199만㎡에서 241만㎡로, 물량은 9400가구에서 1만3400가구로 늘어납니다. 정부는 2030년 착공, 2033년 입주를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고촌, 보상 기대에 매물 '쏙'
김포 고촌 일대 토지 시장은 파는 사람이 우위인 시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수용 방식으로 개발되는 만큼 개인 간 거래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기존에 나와 있던 매물도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고촌읍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용으로 정리될 줄 알고 땅을 내놨던 분들이 발표 이후 매물을 다 거둬들였다"며 "지금은 사고 싶어도 살 물건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토지 투자를 권하지 않는 분위기도 뚜렷합니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주 상당수가 보상금을 최대한 받으려고 버티는 상황"이라며 "지금 사들여도 세금을 떼고 나면 투자 가치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토지 시가는 이미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고촌 일대 밭은 3.3㎡당 100만원 이상, 논은 70만원대에 호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고촌에 토지 투자는 적어도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하다"며 "그린벨트 해제와 신도시 확장으로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거래 자체는 당분간 관망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꼽은 숙제는 교통이었습니다. 현재 김포골드라인의 출근 시간 혼잡도는 180% 수준입니다. 대안으로 꼽히는 서울 5호선 김포·검단 연장은 2033년 완공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지난 3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뒤 아직 착공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철도는 통상 착공 이후에도 개통까지 5~6년이 걸리는 만큼, 고촌 택지 입주 목표와 같은 2033년에 문을 열기는 빠듯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고촌 일대가 거대한 신도시가 되는 셈"이라며 "교통 문제만 풀린다면 호재로 봐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김포시는 교통 대책과 재정 보전 방안이 빠진 신규 택지 개발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부 발표에 유감을 표한 상황입니다.
2일 오전 김포시 고촌읍 소재 공인중개업소. 지난달 29일 정부가 고촌읍 그린벨트를 해제해 총 3만7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확장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일대 매물들 대부분이 거둬들여진 상황이다. (사진=이수정 기자)
"서울 집 부족을 왜 고양이…일자리 먼저"
고양 대곡 일대에서는 추가 공급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대곡역은 GTX-A와 3호선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펜타역세권'입니다. 국토부는 2010년 대곡역을 복합환승센터 시범사업지로 선정했지만, 공공기관들이 공동 개발에 나섰다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잇따라 발을 빼면서 10년 넘게 허허벌판으로 남았습니다.
고양시 일산과 덕양구 주민들은 이미 주택 공급이 넘치는 곳에 산업단지가 아닌 주택만 연달아 들어오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기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도(고양시 덕양구) 대의원은 "그간 대곡은 개발 계획만 많았지 제대로 된 게 없었다"며 "고양은 대표적인 베드타운인데 대곡에 올해 초 9000세대에 이어 4000세대가 또 들어온다니 반응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주민 의사를 묻지도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라 반발이 더 세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덕양구 화정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에 집이 모자란 것을 왜 매번 고양시에서 해결하려 하는지 의문이라는 주민이 많다"며 "대곡에는 혁신기업이나 일자리가 들어와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집값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고양시 대곡역 인근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곡에 신축이 들어서면 구축이 많은 덕양구와는 다른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신축과 구축 시장은 흐름이 따로 움직여 주변 집값에 큰 영향은 없고, 사실 호재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곳 역시 거래는 잠잠합니다. 대곡 일대 토지 역시 수용 방식이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있습니다. 택지 지정 이후 별도의 거래 급증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택지로 지정되지 않은 수도권 그린벨트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3일 풀리지만, 택지 지구 안 토지에는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 영향이 큽니다.
이에 고양시도 정부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민경선 고양시장은 발표 당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그동안 자족용지는 발표 때마다 약속됐지만 사업 과정에서 줄어들거나 바뀌곤 했다"며 "산업이 먼저, 주택은 그다음"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2일 고양시 대곡역을 차도에서 바라본 모습. 지난달 29일 정부가 대곡역 인근 그린벨트를 풀어 4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인근 일산과 덕양구 주민들은 주택이 아닌 산업 단지 등 일자리 확충을 위한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지도)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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