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비껴간 웨이퍼…가격 인상으로 반등 노린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장기공급 재계약
“2029년까지 매년 사상 최대 출하”
웨이퍼 생산량·가격 동반 상승 기대
2026-11-03 14:19:53 ㅣ 2026-11-03 15:11:54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반도체 업계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은 가운데 글로벌 웨이퍼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반도체 제조사와 체결한 장기공급계약(LTA)에 묶여 가격 상승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탓입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재계약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웨이퍼 주문이 앞당겨지고 가격 인상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출하량과 판매가격이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에서 에이직랜드가 전시한 TSMC의 12인치(300mm) 실리콘 웨이퍼. (사진=이명신 기자)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실리콘 웨이퍼 업체들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반도체 기업들과 장기공급계약 재계약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웨이퍼 업체들은 통상 3~5년 단위로 주요 고객사와 공급 물량과 가격을 결정합니다. 장기계약은 불황기에 가격 하락을 방어하지만, 호황기에는 시장가격 상승분을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협회인 SEMI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출하 면적은 전년 대비 5.8% 증가했지만, 시장 매출은 1.2% 감소했습니다. 출하 면적당 평균 매출이 약 6.6% 줄어든 것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용 웨이퍼 수요가 늘었지만 범용 반도체 시장의 수요와 가격 회복이 지연된 영향입니다.
 
최근에는 웨이퍼 수요 회복과 함께 가격 협상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만 경제일보는 글로벌웨이퍼스, 타이성커 등 대만 웨이퍼 업체들이 신규 계약가격 인상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고객사는 내년 초 출하 예정 물량을 한 분기 앞당겨 주문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글로벌 5대 웨이퍼 기업인 글로벌웨이퍼스는 지난 8월 실적설명회 당시 내년 상반기 장기계약 선급금 증가를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신에츠화학도 기존 장기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공급 물량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신에츠화학은 지난달부터 일부 고객에게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장기 웨이퍼 수요 확대 전망도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SEMI는 올해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출하 면적이 지난해보다 11.8% 증가한 144억2000만제곱인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7~2029년에는 매년 사상 최대 출하량을 기록해 2029년 170억3400만제곱인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SK실트론도 주요 고객사와의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웨이퍼를 공급하고 있어 향후 계약 갱신과 신규 물량의 가격 협상이 실적 개선의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 업체들의 경우 신규 계약가격이 오르면 웨이퍼 조달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업체들은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수년 전 불황기에도 준수한 실적을 유지했지만, 지금 같은 호황기에는 가격을 바로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반도체 수요가 높고 제조사들이 공장 증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웨이퍼 업체들의 협상력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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