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 '기소 위기'…구멍 난 공익신고 보호
경찰, 쿠팡 고소 취하에도 '기소 의견 송치'
"형사 책임 묻는다면 누가 공익제보 하겠나"
2026-11-03 17:44:45 ㅣ 2026-11-03 17:50:41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가 최근 경찰에 의해 기소 의견으로 공소청에 송치되면서 재판에 넘겨질 상황에 처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쿠팡의 '쿠팡친구 블랙리스트' 등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시민단체 등은 공수처에 공익제보자에 대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촉구했습니다.
 
쿠팡대책위원회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공소청 앞에서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부자 무혐의 불기소 처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 대책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3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에 대해 무혐의로 불기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750명의 탄원서를 공소청에 제출했습니다.
 
앞서 쿠팡 풀필먼트서비스(CFS) 지역센터 인사팀 직원이었던 김준호씨 등은 지난 2024년 2월 쿠팡의 'PNG(Persona Non Grata·기피 인물이라는 뜻의 외교 용어) 리스트'를 언론 등에 공익제보했습니다.
 
PNG리스트에는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으로 일했던 1만6450명의 실명, 연락처, 취업 제한 사유 등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또 노조 조합원, 경찰청 출입기자단들의 정보도 포함돼 있어 쿠팡이 이들의 취업을 제한하려는 목적으로 해당 리스트를 작성·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쿠팡은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이자, 김씨 등이 회사 내부 자료를 무단 유출했다며 경찰에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1월 국회 청문회에서 '보복 고소'라는 지적이 나오자 쿠팡은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하지만 김씨를 수사하던 경기남부경찰청은 쿠팡이 고발한 사내망 무단 접속 행위(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김씨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를 계속 진행했고, 지난 10월21일 수원지방공소청에 김씨를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같은 달 22일 노동부가 쿠팡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쿠팡친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위법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결론 내린 것과 대비되는 상황입니다. 쿠팡친구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2020년 쿠팡친구(전 쿠팡맨) 채용 과정에서 '심사숙고 고려 대상자 리스트'를 작성해 대상자들의 입사를 제한했다는 의혹으로, 올해 1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김씨가 제보한 PNG리스트 이전에도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작성·운용한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그러나 노동부는 "타사에 공유하지 않고 내부 인사 자료로 활용했다"며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형사책임 감면, 불이익 금지 등 보호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25년 권익위는 PNG리스트에 대해 "쿠팡CFS가 이른바 취업 제한 대상자 명부를 작성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가 낸 보호 조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후 권익위는 김씨 송치 이후인 지난 10월29일에서야 수원지방공소청에 '책임 감면'을 검토해 줄 것을 뒤늦게 요청했습니다.
 
이에 쿠팡대책위 등은 김씨의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처벌받지 않는데 그 범죄를 공익제보한 이들은 고통받고 있다"며 "이것은 정의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는 공익신고를 하라고 한다. 부패를 보면 신고하라고, 신고자는 국가가 보호한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증거는 서버 안에 있다. 거기에 들어가 본 것이 죄라면, 앞으로 공익제보를 하는 순간 죄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경찰 판단대로 제가 재판에 넘어가면, 앞으로 누가 공익제보를 하겠느냐"고 토로했습니다.
 
조아라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간사는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 체계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그는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신고 등과 관련하여 신고자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런 만큼 수사기관에서부터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취지와 신고의 공익성을 감안해 수사에 반영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경찰의 송치는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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