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블로그)세종청사의 첫 여름나기.."걱정입니다"
2013-05-29 10:37:14 2013-05-29 10:40:10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벌써부터 초여름 날씨로 더위가 시작됐습니다. 며칠 전에는 한여름처럼 낮기온이 30도를 웃돌았는데요. 여름이 다가오자 정부세종청사에도 걱정이 시작됐습니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한겨울에는 허허벌판 속에서 추위로 고생했다면 봄에는 주변 공사장에서 날라오는 먼지와 황사, 여름에는 더위로 고생할 전망인데요. 때문에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정부세종청사 모습(사진제공=이상원 기자)
특히 세종청사는 과천청사와 비교해 창이 전면 유리로 되어 있는데요. 전면유리는 외관상 휘황찬란 보기는 좋지만, 열투과가 잘돼 실내온도를 올리는 주범입니다. 그러다보니 여름철에는 아주 고통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나마 과천청사는 빛이 투과되지 않는 벽돌로 되어 있어 덜 더웠는데 말이죠.
 
세종청사 한 공무원은 "과천청사에 있을 때는 그나마 벽이 벽돌 구조로 되어 있어 빛을 막아줬는데, 세종청사는 유리로 돼 있어 그대로 햇빛에 노출된다"며 "올 여름 더위 때문에 걱정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여기에 창문이라도 잘 작동된다면 그나마 나을텐데, 창문도 잘 고정이 안 돼 열어놓아도 자주 닫힌다고 합니다. 과천에서는 창문이 작아 고생했다면 여기서는 창문이 크고 많아도 제대로 작동하질 않으니 '산 너머 산'인 셈입니다.
 
또 세종청사는 아직 주변이 아파트 공사 등으로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데요. 그러다보니 여기저기가 온통 공사판으로 모래밭이나 다름없습니다. 한여름에는 이 모래들 때문에 온도가 더 올라가서 올여름 세종시는 그 어느 곳보다 더울 것 같습니다.
 
세종청사 또다른 공무원은 "평소에는 공사지역 특성상 대형 덤프트럼이 쉴 새 없이 흙먼지를 내뿜으며 달리다 보니 그 먼지를 알게 모르게 고스란히 먹고 살았는데 이젠 더위까지 안겨다준다"며 "이곳은 '사막'과 다름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여름이 더 힘든 이유는 또 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면 정부의 전력난 대비 에너지 절약 정책이 시행되는데요. 때문에 공무원들은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조차 맘껏 틀지 못합니다.
 
작년 여름 과천청사에서는 내부온도를 26도 이상 유지하라는 지시 때문에 무더위 속에서 지냈는데요. 그나마 30도를 오르내르는 찜통 더위 속에서는 개인용 소형 선풍기라도 썼으나 올해는 전력난으로 그마저도 쓰지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올 여름도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돼 전력난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에 공무원들의 선풍기 바람 쐬기는 요원해 보입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공무원들 입에서는 "더우면 기자실로 가자"라는 농담 섞인 말이 자주 나옵니다. 왜냐하면 정부청사에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유일한 곳은 기자실뿐이기 때문입니다.
 
세종청사에 그늘이라도 많으면 공무원들의 더위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 줄텐데 세종청사엔 그늘도 별로 없습니다. 청사 주변은 온통 공사중이고 그늘을 만들어 줄만한 나무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나마 그늘이라곤 건물이 만들어주는 그림자 뿐입니다.
 
과천청사에서는 청사 바로 뒤어 관악산이 자리잡고 있어 시원할 뿐더러 숲길도 잘 조성돼 있어 식사 후 산책로로 유용하게 쓰였는데 말이죠.
 
세종청사의 자랑, 옥상정원도 여름에는 무용지물입니다. 세종청사의 옥상정원은 길이 1.5㎞, 넓이 3만2000㎡에 이르는 국내 최대 옥상정원인데요. 탁 트인 조망권으로 봄, 가을에는 산책하기 제격입니다.
 
하지만 여름에는 나무그늘 하나 없으며 앉을 곳이라곤 전부 뙤얕빛 아래 벤치 뿐입니다. 공무원들이 딱히 갈 곳이 없는 셈이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찾는 곳은 청사 내에 있는 몇 곳 안되는 카페인데요. 아이스 음료를 사기 위해 길게 줄서서 있는 모습을 요즘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올 여름, 한 손에는 아이스 음료를, 다른 한 손에는 부채를 쥐고 있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많이 볼 것 같습니다. 부디 세종시에서의 첫 여름나기, 무사히 잘 넘길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