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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김상조, 재벌 사정 칼 뽑는다
조사국 부활로 재벌 감독기능 강화…삼성·금호 등 악연도 부각…대형 프랜차이즈에도 철퇴
2017-06-14 18:16:17 2017-06-19 09:21:3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벌 저승사자'가 경제검찰의 칼자루를 잡았다. 시민운동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직무유기'라며 재벌개혁을 강하게 몰아쳤던 김상조 위원장이다. 재벌에 대한 공정위의 사정 칼날은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에게 '저격수' 별칭을 붙여준 삼성을 비롯해 경제개혁연대소장 시절 충돌했던 재벌들이 수두룩하다. 흐지부지 묻혔던 비리 의혹도 다시 무덤 밖으로 불려나올 수 있다. 의혹 당사자들에겐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강화는 차선의 문제다.
 
조사국 부활…재벌 감시·감독 강화
 
공정위를 향했던 그의 비판은 자연스레 시정 1순위가 된다. 시장 감시·감독 기능 강화에는 이견이 없다. 2005년 대기업들의 반발로 폐지됐던 조사국 부활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조사국 명칭을 기업집단국으로 정했다. 대기업집단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와 경제 분석을 총괄한다. 화살은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재벌에 집중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당시 김 위원장은 특히 재벌그룹의 위장 계열사를 파헤쳤다. 동시에 삼성과 롯데의 위장 계열사에 대한 공정위 부실 수사를 비판했다. LG와 현대 등 적발 사례에 대한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삼았다. 해당 그룹들을 비롯해 위장 계열사에 대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 롯데, 효성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후진성을 거듭 질타했다. 총수일가의 전횡이 반복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지배구조를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롯데는 부랴부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는 중이다. 효성도 최근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금호그룹과의 악연이 깊다.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 합병, 금호재단의 금호기업 출자,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기업어음(CP) 매입 등의 문제로 자주 부딪쳤다. 금호산업 CP 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에 해당함에도 공정위가 예외사유를 확대 해석했다며 강력 비판했다.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한 공정위 내부감사 등 재조사로 번질 수 있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한 그룹 재건 시도도 적신호가 켜졌다. 경제개혁연대는 금호산업 인수 과정의 풋백옵션 논란 등을 거론하며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자격 문제를 따졌다. 최근에도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모으기 위해 금호홀딩스가 금호산업 등으로부터 부당하게 자금을 차입한 게 아닌지 공정위 조사를 의뢰했다.
 
"삼성, 지주사 전환이 유일한 탈출구"
 
악연하면 삼성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이끈 이가 바로 김 위원장이다. 남은 관건은 삼성의 지배구조다. 삼성이 지주 전환을 포기함에 따라 현 체제로서는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급한 불은 금산분리다.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과 보험업법 개정안(보험회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 강화)도 발의돼 있다. 국제회계기준 강화도 체제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당장 내년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이 자연 증가돼 금융위원회가 허용치 않는 초과분을 매각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여기엔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배당 문제가 걸린다. 보험회사의 경우 투자자산을 매각해 차익이 발생하면 그중 일부는 유배당상품에 가입한 계약자들에게 배당해야 한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2016년 1~4월경 금융위에 사전 검토를 의뢰했던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방안에는 비금융계열사 지분 매각기한을 7년으로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최대 2년까지만 허용된다며 삼성의 안을 반려했다. 매각기한이 길어지면 매각차익이 상쇄돼 배당을 피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제개혁연대도 이 문제를 눈여겨봤다. 삼성생명 상장 당시 유배당계약자들이 큰 손해를 감수했다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당국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지분 처분 기한을 7년으로 두고 있는 것도 단축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으로선 구조 개편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지금의 삼성 지배구조는 금산분리 등으로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유일한 탈출구는 지주 전환"이라고 줄곧 강조했다. 삼성이 지주 전환을 피할 수 없다면 중간금융지주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김 위원장도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일정 규모 이상일 때 중간 지주사로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철회 의사를 밝혔다. 
 
기업분할·일감몰아주기 규제…경제력 집중 완화
 
공정위 재량으로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 완화에 나설 제도적 수단도 많다. 시장 경쟁을 훼손할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과도하면 공정위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다. 김 위원장은 기업분할명령제·계열분리명령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장선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도 유력하다. 계류 중인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제재 대상 기업 지분율 요건 강화)이 입법에 실패해도 시행령 개정으로 길을 열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뜻은 완강하다. 일감몰아주기를 비롯해 부당 내부거래 등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납품 활로를 막아 대·중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봤다. 금전적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고도 언급해 과징금이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같은 맥락에서 중소기업, 대리점, 가맹점, 하도급업체 보호 조치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단체교섭권 보장과 관련해 교섭의 실질을 확보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가맹본부와 대리점간 단체교섭 개시 명령권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밖에 초과이익공유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도 김 위원장이 도입 검토를 약속한 방안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사업주가 최우선적으로 저승사자의 칼날 아래 놓이게 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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