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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장애' 질병화에…문체부·업계 "게임 부정적 인식 키워"
콘텐츠 수출 절반 담당하는 게임산업…'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여파 우려
복지부 "이제 연구 시작 단계…2022년까지 시간 있어"
2019-05-19 18:01:00 2019-05-19 18:01: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등재를 앞두고 정부와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장애 질병화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해 산업 육성을 막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 문제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일단 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으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이 발효되는 2022년까지 연구를 완료할 계획이다.
 
20일(현지시간)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HO 72차 총회에서는 게임장애를 포함한 ICD-11 통과 여부를 논의한다. WHO가 지난 2015년 ICD-11 초안에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게임장애를 포함한지 약 5년만이다. ICD-11이 이번 총회에서 승인되면 오는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WHO는 '최소 12개월 이상 게임으로 인해 개인·가족·사회·교육·직업 등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면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문체부와 게임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사안은 일반 국민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강화다. 게임을 불건전한 문화로 치부하며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9일 게임업계 오찬간담회에서 "게임을 마치 사행성 도박산업으로 연결해 보는 시선이 안타깝다"며 "WHO의 게임장애 등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게임유저, 자녀 살해 사건' 등 자극적인 단어가 게임과 연관 지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며 게임에 대한 인식개선이 여전히 멀었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WHO의 게임장애 질병 등재는 이러한 인식을 강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체부와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달 29일 WHO에 게임장애 질병코드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부정적 인식으로 인한 산업 축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는 2022년 게임장애 질병코드 발효 이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최소 5조1000억원, 최대 11조3500억원의 게임 산업 위축 효과를 예상했다. 게임산업이 콘텐츠 산업의 수출 절반을 담당하는 만큼 WHO ICD-11 통과 여파는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퍼질 수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 콘텐츠 수출 34억4918만달러 가운데 게임산업이 차지한 비중은 62.1%였다.
 
복지부는 ICD-11이 본격 발효되는 2022년까진 게임질병 연구를 완료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게임질병의 정의를 시작으로 어떤 플랫폼·장르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할지 등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게임의 문제가 아닌 새로운 질병이 등장했을 때 거치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질병분류 소관 부처는 통계청"이라며 "통계청이 복지부에 게임질병에 관한 문의를 했을 때 복지부의 입장이 필요한 만큼 게임이용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8일 WHO 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통계청은 2020년으로 예정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ICD-11을 바로 적용하지 않고 다음 개정연도인 2025년으로 보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까지는 관계 부처와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전망이다. 조현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 국장은 "ICD-11이 국제적으로 발효돼도 한국에서의 상황은 또 다르다"며 "통계청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복지부와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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