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1위’ 장금상선의 뚝심…폭등 운임보다 ‘화주 신뢰’
오지현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법인장 인터뷰
동남아 화물 기반 멕시코 노선 확장 계획
2026-06-02 14:54:11 2026-06-02 14:54:11
[싱가포르=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수익성에 따라 시스템으로 선적 불가 판정을 내리는 거대 선사들과 달리 다급한 화주의 전화를 직접 받고 짐을 실어주는 선사. 장금상선의 생존 전략입니다.”
 
싱가포르 공휴일로 이슬람 명절 하지절이었던 지난달 27일, 싱가포르 해운·항만 비즈니스 중심지인 탄종 파가 구역 캔톤먼트 로드 장금상선 법인에서 만난 오지현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통합법인장은 장금상선의 현장 중심 영업 방침에 대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오지현 장금상선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통합법인장이 탄종 파가 구역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장금상선그룹은 자산총액 21조원을 돌파하며 재계 32위에 올랐습니다. 2020년 대기업집단 진입 이후 불과 6년 만에 KCC(002380), HDC(012630) 등을 제치며 대기업 허리에 안착했습니다. 정부 소유인 HMM(011200)을 제외하면 순수 민간 해운사 중 ‘1위’ 규모입니다.
 
이에 대해 오 법인장은 “세계적인 물류망을 갖춘 머스크 등 초대형 선사들과 비교하면 컨테이너 비즈니스 부문에서는 아직 중견 규모”라며 “전 세계 서비스망을 갖추기 위해 인도, 중동을 넘어 남미 쪽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성장 단계”라고 몸을 낮췄습니다. 덩치는 커졌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유연한 도전자 자세로 대형 선사들의 경직된 시스템을 파고드는 기동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은 수에즈 운하 우회 여파로 선박 회전율이 떨어지자, 본사 운임 책정(프라이싱) 팀 주도하에 수익성에 맞춰 선복 배정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금상선은 배가 부족해 운임이 크게 뛴 1회성 스팟 화물(단기 계약 화물) 선적 비중을 낮추더라도, 기존 단골 화주에게 화물 적재 공간인 선복을 먼저 배정하는 ‘우선 예약’ 원칙을 뚝심 있게 고수합니다. 당장의 막대한 단기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물류 적체로 공장 가동 중단 위기에 처한 화주들의 수송을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행보입니다. 
 
오 법인장은 지난 2003년 흥아해운(003280)에 입사한 뒤 태국 법인장 등을 거쳐 현재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통합법인을 이끌고 있는 해운 전문가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한 그는 공휴일에도 계열사인 흥아해운 직원 2명, 티안 벵 싱가포르법인 총괄 매니저와 함께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 법인 내 유일한 한국인 주재원으로 한국어가 그리워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할 정도지만, 공급망 위기 때마다 화주들이 보내준 신뢰가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오지현 법인장이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향후 신규 시장 확대를 위한 핵심 전략 거점입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해운 비즈니스 허브로 화주와 선사가 집중된 시장이며, 말레이시아 포트클랑은 동남아 전역을 연결하는 물류 관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서입니다. 장금상선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묶어, 싱가포르는 전 세계 해운 정보가 모이는 네트워크 컨트롤타워 역할을, 운영 비용이 저렴한 말레이시아는 실질적 수출 화물이 탄탄한 수익 엔진 역할을 담당합니다. 20명이 근무하며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싱가포르와 달리, 수기 작업과 변수가 많아 리더의 세밀한 현장 지휘가 필수적인 47명 규모 말레이시아 법인에 통합법인장이 직접 상주하며 무게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조호르 경제특구 개발은 새로운 기회로 평가됩니다. 싱가포르와 인접한 조호르 지역에 제조업과 부품 산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탄중펠레파스와 포트클랑을 중심으로 신규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 법인장은 “싱가포르 기항에 따른 높은 비용 부담을 말레이시아 로컬 화물 수익으로 보완하며 법인 전체 수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금상선은 지난해 4월 상하이·칭다오·부산·만사니요를 잇는 멕시코 서비스를 개설하며 원양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는 중국발 화물이 중심이지만 향후 시황에 따라 선복 여유가 생기면 동남아 화물을 부산으로 집결시킨 뒤 멕시코행 본선으로 연결하는 환적 네트워크도 구상 중입니다. 오 법인장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거점을 활용해 동남아 신규 화물을 적극 발굴하고 부산 환적 네트워크와 연계할 것”이라며 “장금상선과 흥아라인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결합해 동남아와 신규 원양 시장을 연결하는 성장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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