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파리바게뜨 노조 파괴' 혐의 재판이 2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 탄압의 피해자인 임종린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장이 법정에 나와 허 회장의 엄벌을 주장했습니다. 회사가 집 앞까지 찾아와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등 인사에서 불이익을 줬으며, 거짓 소문도 퍼트렸다는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 부장판사)는 23일 허영인 회장 등 SPC 전·현직 임직원 19명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에 관해 97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허 회장은 2021년 2월부터 약 1년6개월간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회사가 이 과정에서 '노노 갈등'을 이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종린 지회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2018년 사회적 합의 무렵부터 회사의 노조 파괴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증언했습니다. 그가 이번 재판과 관련해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2017년 SPC그룹이 제빵사 5300여명을 불법파견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습니다. 파리바게뜨지회의 문제 제기가 발단이 된 겁니다. 결국 SPC그룹은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해 제빵사들을 고용하되, 3년 내 본사 파리크라상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으로 2018년 1월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직고용을 막으려고 했다는 겁니다. 임 지회장은 법정에서 "(제빵사 직고용을 막기 위해) 회사 관리자들이 집 앞까지 찾아와 직고용 반대 서명을 강요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 가입서도 함께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어 "SPC그룹은 (3년 안에 임금 맞추기로 한 약속을 이행할) 실무 협의체를 요청한 적도 없다"며 "오히려 (본사와 같은 수준의 임금을 비교할 수 없도록) 본사 비교직군을 없애버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빵사들은 아직도 본사 임금 테이블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노조 탈퇴 종용' 사건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사회적 합의는 파리바게뜨 노조 파괴 사건의 출발점입니다. 검찰은 허 회장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 파리바게뜨지회를 와해하려고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합의 이행 기한인 3년이 다가온 2020년 12월부터 파리바게뜨지회는 SPC그룹 양재동 사옥과 허 회장 주거지 등에서 집회·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임 지회장은 이때부터 노조 탈퇴 강요와 인사 불이익 협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주장합니다.
임 지회장은 "2021년 2월 무렵부터 관리자들이 매장에 찾아와 민주노총에 대한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탈퇴를 종용했다"며 "민주노총 소속이면 승진이 어렵다고 했다는 제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수는 설립 6개월 만에 730명에서 336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임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탈퇴서를 제출하며 '관리자가 지속적으로 찾아와 점주에게 민주노총 소속임을 알리는 등 불편을 주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반면 허영인 회장 측은 조합원 감소가 노동조합 간 세력 다툼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조가 파리바게뜨지회와 세력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자체적 판단으로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을 뺏어왔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는 황재복 전 SPC그룹 대표가 법정에서 한 증언과 배치됩니다. 황 전 대표는 2024년 6~7월 이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탈퇴 권유는 피비파트너즈노조 필요에 따라 한 것이냐'는 허 회장 측 질문에 "노조의 필요보다는 회사의 지시에 의한 측면이 더 컸다"라고 진술했습니다.
특히 회사가 이런 상황이 노노 갈등처럼 보이도록 꾸민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법정에서 제시된 만큼 허 회장은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입니다. 임 지회장도 허 회장 등의 처벌 의사를 묻는 검찰 측 질문에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이번 재판은 오는 9월9일 공판 100회차를 맞이할 예정입니다. 법원은 올해 연말까지 격주 수요일마다 재판 일정을 지정해 두고 있습니다. 기업 총수가 노조법 위반 혐의로 100회에 달하는 장기 재판을 받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SPC그룹 전·현직 임원과 전국 8개 사업소 관리자들이 잇따라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심리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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