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아동 만화 'Why?' 시리즈로 유명한
예림당(036000)에 저PBR 낙인 위험이 엄습한 가운데 회사는 반도체 장비사 인수를 통한 탈바꿈에 나섰습니다. 오는 11월 첫 거래일(2일)부터 한국거래소는 증권사 MTS와 HTS 종목명에 '저PBR' 태그를 표출할 예정입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업종별 누적 3년간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이 그 공표 대상이 됩니다. 25일 오전 기준 예림당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28배에 불과합니다. 예림당이 속한 커뮤니케이션 업종의 코스닥 중윗값 PBR(0.71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이대로라면 하위 10% 낙인이 확정적인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림당은 과거 'Why?' 시리즈의 성공을 발판으로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습니다. 그러나 엑시트(투자금 회수)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난해 대명소노그룹과 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을 당시, 예림당 측은 처음에는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며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명소노 측과 물밑 협상을 벌였고 돌연 지분을 팔아 엑시트해 버렸습니다. 이에 경영진을 믿었던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샀고, 분노한 주주연대가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탄원서까지 제출하는 등 '소액주주 패싱'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러한 논란을 뒤로하고 지분을 매각한 결과, 예림당이 현재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반기말 기준, 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약 1425억원에 달합니다. 시가총액(약 724억원)의 두 배가 넘는 막대한 현금을 쥐게 되었지만, 주력으로 남은 출판 부문은 상반기 1억20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막대한 현금이 쌓여 자산(분모)은 커지는데 본업의 매력 저하와 지배구조 리스크로 주가(분자)는 하락하면서 PBR이 저조한 형편입니다.
회사가 꺼낸 반전 카드는 뼈아픈 논란 속에 확보한 현금을 활용한 '업종 세탁' 수준의 인수합병(M&A)입니다. 예림당은 전날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제조사인 퓨쳐하이테크 지분 90%를 339억5000만원에 전액 현금 인수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외부 차입이나 메자닌(CB·BW) 발행 없이 장부에 쌓인 현금만으로 알짜 기업을 쇼핑한 것입니다.
시장은 이를 만년 저평가받는 '출판(커뮤니케이션)' 업종에서 고멀티플을 받는 '반도체 소부장(정보기술)' 업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노리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예림당의 밸류업 대응은 두 갈래로 진행 중입니다. 반도체 인수로 성장성을 어필하는 동시에, 상반기 152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감액)하며 언제든 대규모 배당을 쏠 수 있는 실탄을 장전했습니다. 정부의 밸류업 압박을 방어할 논리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림당이 극단적인 PBR 0.28배까지 추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히 본업(출판) 정체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며 “티웨이항공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소액주주 패싱 논란이 거버넌스 디스카운트(지배구조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만년 소외주였던 예림당의 변신이 진정한 밸류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시장 신뢰 회복이 선결 과제라는 지적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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