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전연주 기자] 중국 게임사들의 공세가 단순히 개별 게임 및 국내 시장 점유를 넘어, 자본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게임과 같은 콘텐츠 사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 논리가 적용되는 만큼 적절한 수준의 외자 유치가 이뤄질 경우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는데요. 반면 핵심 기술 유출, 문화 종속 가속화의 부작용도 우려되는 지적 역시 꾸준히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중국 자본의 공습은 핵심 지식재산권(IP)의 유통망까지 확대되는 추세인데요.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IP라도 해외 서비스와 매출 창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계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돼, 수익 배분과 사업 결정권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텐센트 깊숙이 파고든 크래프톤·시프트업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본이 주요 주주이자 핵심 게임의 사업 파트너로 자리 잡은 대표적 사례는
크래프톤(259960)입니다. 올해 6월 기준 텐센트 계열사인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IMAGE FRAME INVESTMENT(HK) LIMITED)'는 크래프톤 지분 14.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및 글로벌 퍼블리싱에도 참여해 지분과 사업 양측에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주주 간 계약으로 확보한 권리도 있습니다. 장병규 의장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장 의장이 경영권 변동을 야기하는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는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IP 소유권은 크래프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 운영상 최종 결정권 등 계약 세부 조건과 퍼블리셔별 매출 규모 및 수익 배분 비율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크래프톤에 미치는 텐센트의 영향력은 지대한 실정인데요. 이에 대해 크래프톤은 텐센트와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적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텐센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성공을 함께 만들어온 중요한 파트너"라며 "PC·콘솔 배틀그라운드를 직접 서비스하는 등 플랫폼별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크래프톤 대표작 'PUBG: 배틀그라운드' 포스터. (자료=크래프톤)
시프트업(462870) 역시 중국 자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기준 텐센트 계열 '에이스빌(ACEVILLE)'은 올해 상반기 기준 시프트업 지분 34.6%를 보유한 2대 주주입니다. 또 지난 3월에는 텐센트 소속 밍리우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바 있습니다.
사업 의존도도 높습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 1030억3300만원 가운데 텐센트 계열 퍼블리셔를 통해 인식한 로열티 매출은 759억5600만원으로 무려 73.7%를 차지합니다.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의 글로벌·중국 퍼블리싱도 텐센트 계열이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차기작 '프로젝트 스피릿'의 개발과 퍼블리싱 계약까지 체결했습니다. 다만 수익 배분 비율과 IP 권리, 주요 사업 결정권의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있으며, 상호 우호적인 관계"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텐센트 측의 이사 추천권이나 계약상 권한, 수익 배분 등 계약 조건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시프트업은 인수한 언바운드의 신작과 '스텔라 블레이드' 차기작을 자체 서비스해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니케의 텐센트 퍼블리싱은 유지되고 있고 프로젝트 스피릿도 공동 개발 중에 있습니다.
시프트업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 포스터. (자료=시프트업)
킹넷, 위메이드 지분 이어 '미르' IP 사업권까지
중국 자본이 아예 국내 게임사의 경영권 인수까지 나선 사례도 있습니다.
위메이드(112040)는 중국 게임사 킹넷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 최대주주 변경이 추진 중입니다. 박관호 의장은 지난 6월 보유 지분 39.3%를 네오펄스에 9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거래가 끝나면 네오펄스는 기존 지분을 합쳐 40.3%로 최대주주에 오릅니다. 킹넷은 네오펄스의 상위 법인 네오스피어 지분 49%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참여합니다.
킹넷의 목적은 지분 확보에 그치지 않습니다. 킹넷은 3분기 보고서에서 위메이드와 IP 라이선스, 수익 배분, 파생상품 개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르의 전설' 시리즈의 중국 내 개발·퍼블리싱·운영 권익 확보를 투자 목적으로 명시했습니다. 과거 미르 IP를 두고 위메이드와 법적 분쟁을 벌였던 킹넷이 핵심 IP 사업까지 협력을 넓히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거래 종결 선행 조건 충족이 지연되면서 잔금 지급과 최대주주 변경 예정일은 오는 12월30일으로 미뤄졌습니다. 미르 IP 사업권의 범위와 수익 배분 조건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위메이드 노조는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고용 안정과 주요 사업부 존속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메이드 측은 "거래가 마무리된 이후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텐센트 지분 4.7%로 낮아진 넷마블…협력 유지 기조는 견지
텐센트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주요 게임 기업들 중 하나인
넷마블(251270)의 경우 최근 대규모 지분 회수가 이뤄지는 추세입니다. 텐센트 계열 한리버인베스트먼트는 지난 9월 보유 주식의 약 74.1%인 1115만3420주를 방준혁 의장에게 약 3741억원에 매각했고, 지분율은 18.1%에서 4.7%로 낮아졌습니다. 대신 방준혁 의장의 넷마블 보유 지분은 24.9%에서 38.3%로 늘었습니다.
텐센트는 사업 보고서를 통해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 간 연계성을 투자 운용의 목적으로 제시하고, 기존 투자자산의 현금화 방침도 명시했는데요. 그렇다 해도 4.7%의 지분은 여전히 낮지 않은 수준이며, 넷마블과의 글로벌 시장 공략 등 협력은 계속 이어간다는 기조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넷마블도 대규모 매물이 시장에 나오며 생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방 의장이 직접 인수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넷마블 관계자는 "텐센트와의 사업 협력 관계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세부 수치는 공개하기 어려우나 전체 게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영·의사결정 체계에도 변화가 없으며 게임별 특성에 따라 현지 퍼블리셔와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넷마블 입장입니다.
업계는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사 지분 확보와 퍼블리싱 사업 확대가 장기적으로 경영권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게임사들에 대해 (중국 자본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돼 있는 점이 상당히 우려된다"며 "텐센트 같은 경우 투자한 기업들의 게임을 퍼블리셔 형태로 가져가고 있는데, 정말 IP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결국 그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상민·전연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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