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서 병원·호텔·은행까지…구독 판 키우는 삼성·LG
삼성·LG, 가전 구독 매출 조 단위 성장
가전 둔화…장기계약 통해 매출 안정화
개인 넘어 B2B 구독 확대…고객 다변화
2026-11-03 14:27:47 ㅣ 2026-11-03 15:15:34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가전 구독 사업을 기존 개인 소비자에서 기업 고객으로 확대하며 새로운 수요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축 아파트부터 병원과 호텔, 금융기관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가전 구독 시장의 외연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글로벌 가전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제품 교체 기간이 늘어난 가운데, 장기계약을 통한 안정적인 매출 확보와 고객 기반 확대를 동시에 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한 고객이 더현대서울 LG 베스트샵 매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구독 서비스에 대한 맞춤형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LG전자)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3분기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구독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7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구독 매출도 전년보다 29% 늘어 2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으며, 2023년부터 이를 가전 구독 사업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삼성전자도 빠르게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4년 12월 ‘AI 구독클럽’을 출시한 뒤 지난해 9월 전문 관리 서비스 ‘블루패스’를 도입하며 사업을 본격 확대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블루패스 도입 약 1년 만에 가전 구독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뒀다고 밝혔습니다.
 
양사가 구독 사업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글로벌 가전 시장의 성장세 둔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대형 가전 시장의 판매량 증가율은 1.4%로, 2024년 2.7%에서 크게 낮아졌습니다.
 
제품 교체 주기도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아이큐(NIQ)는 대형 가전의 평균 교체 주기가 8~12년에 달하며, 본격적인 교체 수요는 2028년 이후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오래 사용하면서 신제품 교체보다 고장에 따른 구매 수요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독은 기존 제품 판매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품 이용에 정기 점검과 소모품 교체, 사후서비스 등을 결합해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장기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고객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관리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 다른 가전제품의 추가 구매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지속적인 고객 관리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김용훈 삼성전자 한국총괄 소비자가전(CE)팀장이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삼성스토어 청담점에서 열린 삼성 AI 구독 2주년 미디어 브리핑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최근에는 사업 영역이 기업간거래(B2B)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전제품을 한 대씩 판매하거나 구독 계약을 맺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여러 대의 가전제품을 한꺼번에 공급하고 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형태로 확대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수요를 확보하고 장기적인 매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호텔과 병원,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B2B 삼성 AI 구독’을 출시했습니다. 기업 고객이 초기 제품 도입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최대 6년 무상 사후서비스와 전담 엔지니어 배치, 긴급 출동 등 맞춤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LG전자는 건설사와 협력해 신축 아파트 단지로 구독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현대건설과 손잡고 서울 압구정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7000여 세대를 대상으로 가전 구독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입주민들은 냉장고와 세탁기 등 5~7종의 가전제품을 구독 방식으로 선택하고, 입주 후 5년간 전문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LG전자가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중심으로 대만과 싱가포르 등으로 구독 서비스를 넓혔으며, 지난해 해외 구독 매출은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베트남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중동 등 신규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국내 구독 사업을 확대하면서 향후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구독은 일정 기간 고객 수요를 확보할 수 있어 꾸준한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며 “또 제품 사용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제공하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가 높아지고 다른 제품 추가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개인 소비자 중심이었던 기존 가전 시장이 구독을 통해 기업간거래(B2B)로도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며 “호텔과 병원, 아파트 단지 등 고객층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매출 기반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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