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구조조정의 그늘)③"PF 규제에 공급 악순환 지속…건설업 주홍글씨 이젠 떼야"
"금융이 틀어쥔 순환…국토부 혼자서는 공염불"
자기자본 20% 족쇄…"감당할 국내 시행사 없어"
"살릴 사업장 잣대 재점검…민간 공급 길 터야"
2026-11-04 15:46:32 ㅣ 2026-11-04 16:01:19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길주 대신이엔디 회장, 이현석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이영목 와이엠아이파트너스 대표가 지난 2일 여의도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PF구조조정' 문제점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수정·박선영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주택 공급의 순환 고리가 이미 끊어졌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시행·금융·학계 전문가들은 부실 사업장보다 금융 규제가 돈줄의 입구와 출구를 함께 막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제는 부실 사업장을 넘어 건설·개발업 전체에 찍힌 '주홍글씨'를 떼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지난 2일 문길주 대신이엔디 회장, 이영목 와이엠아이파트너스 대표, 이현석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대담에서 PF 시장이 사실상 멈춰 있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이 교수는 "수요자가 집을 살 여력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데 주택 수요는 막혀 있고 공급 쪽에는 규제가 걸려 있다"며 "시장 전체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PF가 막히기 시작한 건 2022년 레고랜드 사태부터입니다. 문 회장은 "정부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보증을 서줘도 PF가 안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이후 금융권에서 부동산 개발은 통째로 '위험 업종' 취급을 받았다. 그사이 공사비는 5년 새 30~50% 올랐고 개발사업 금리는 10%를 넘으면서, 신규 사업은 진입조차 못 하고 이미 들어간 기업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시작은 금융위, 마무리는 재경부"…입구와 출구 모두 막힌 자금줄
 
세 전문가가 진단한 주택 공급 구조는 꼬리를 무는 악순환입니다.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금융·세제 규제로 가격 억제에 나섭니다. 하지만 이 규제가 자금을 조달하는 입구와 잔금을 회수하는 출구를 동시에 막아서면서 사업성이 무너지게 되고, 결국 공급은 다시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우선 입구에 해당하는 PF 조달이 막혔습니다.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규제와 증권사의 순자본비율(NCR) 규제가 금융사의 자금 조달 비용을 가중시켰기 때문입니다. 문 회장은 “PF 대출이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되면서 조달금리가 올라가고 2~3%포인트의 가산금리까지 추가로 붙는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을 실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 역시 "브릿지론 만기는 6개월에서 1년 남짓인데 본PF를 준비하는 데만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된다"며 "두 단계 간 자금 연결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자기자본비율 규제 강화 역시 자금 입구를 더 좁히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3일 주거 사업장의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2년 유예해 2029년부터 적용하되, 2032년까지 20%로 단계적 상향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미국도 개발사 자체 지분은 많아야 10% 수준이고 나머지는 전문 투자 기관이 채워 20~30%를 맞춘다"며 "시행사 단독으로 20%를 부담하라는 것은 개발금융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문 회장도 “총사업비 1조원 규모 사업이라면 2000억원의 자기자본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시행사는 국내에 사실상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출구인 분양 잔금 대출 역시 막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교수는 "주택대출은 물론 지식산업센터 대출도 막혀 있어 시장 거래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문 회장은 "매매가 25억원이 넘는 주택의 대출 한도가 2억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분양자가 어떻게 잔금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입구와 출구가 동시에 막히면서 사업성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 교수는 "규제는 겹겹이 쌓이고 공사비와 각종 부담금은 오르는데, 분양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수입 금액은 막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단일 사업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대표는 "본PF 단계에 들어서면 수분양자부터 시공사, 협력업체, 하도급업체까지 생계가 얽힌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연이어 공급 대책을 내놓아도 실효성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 회장은 "개발사업의 첫 단추인 PF는 금융위원회가, 마무리가 되는 잔금 대출 및 거래는 LTV·DSR과 세제 규제가 막고 있다"며 "국토부가 아무리 공급 대책을 쏟아내도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대표 역시 "금융 규제의 문제라는 점에 1000% 동의한다"며 "정책과 제도는 쏟아져 나오지만 실행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간이 80% 짓는데 대책은 공공에만"
 
정부 지원 대책이 공공 분야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이 교수는 "전체 주택 공급의 80%를 민간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정부 대책은 20%에 불과한 공공 영역에만 맞춰져 있다"며 "특히 수도권과 서울 주택 시장은 지식산업센터나 물류센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제 강도가 높다"고 짚었습니다. 이 대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과 PF 지원 기준을 주거·비주거, 아파트·비아파트로 세분화하고 지방 사업장에도 일정 물량을 별도 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을 솎아내는 평가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습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경·공매 진행 사업장 중 본PF 비중은 지난해 말 16.8%에서 올해 6월 말 23.6%로 상승했습니다. 이 대표는 "부실 위험이 초기 토지 매입 단계(브릿지론)에서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본PF)으로 급격히 전이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회장은 "회수 가능 금액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살릴 가치가 있는 현장이라면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시공사 책임준공 의무를 두고는 시각차가 드러났습니다. 이 대표는 "시공사의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기한 내 준공을 못 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채무 책임을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며 준공 기한 자동 연장 제도 도입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문 회장은 "책임준공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전제되어야 금융 조달이 가능해진다"며 "이러한 안전장치가 사라지면 결국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되어 대출 금리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시급한 과제로 금융 규제의 합리화를 꼽았습니다. 문 회장은 "LTV·DSR 등 금융 규제를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하고, 사업성이 회복된 사업장은 재평가를 통해 자금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 대표는 "환자가 입원해 있는데 병원 문을 닫아버린 격"이라며 정치권과 금융·보증기관, 민간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전담 TF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이 교수는 더 늦기 전에 정책 방향을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벌써 5년째 근본적인 산업 구조조정 없이 미봉책으로 시간만 끌어오고 있다"며 "이제는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주택 공급 기반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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