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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예산)국가채무 515조..빚은 늘기만 한다
2013-09-26 10:00:00 2013-09-26 10: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두 마리 토기를 다 잡으려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형국이다.
 
26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은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확대와 세수입 여건에 맞춘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한 고심이 담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가지 과제 모두에서 불안감만 안겨줬다.
 
고민은 많이 했지만, 없는 살림에 이것저것 다 하려다 보니 그야말로 이도저도 아닌 결과가 나온 셈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여력이 부족하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에는 세입여건이 너무 좋지 않은데다 복지공약과 SOC 지역공약 등 약속한 지출은 너무 많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어려운 세입여건에 맞춰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최근의 경기회복세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재정지출을 유지해야할 필요도 크다"고 고민을 강조했다.
 
예산안 편성을 촐괄지휘한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재정수지 증감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굉장히 고민해서 만든 예산"이라며 "짜고 짜고 또 짜낸 예산"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내년 세입예산은 전년대비 줄었지만, 세출예산은 늘어나는 다소 비정상적인 모양을 갖췃다.
 
통상 해가 거듭될수록 경제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세입예산이나 세출예산 모두 매년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의 경우 총수입이 2013년 본예산 대비 0.5%가 적게 편성됐다.
 
2014년 예산안의 총수입은 2013년 예산안(추경을 반영하지 않은 본예산) 372조6000억원보다 1조9000억원이 적은 370조7000억원으로 편성된 반면, 총지출은 2013년년 예산안 342조원보다 15조7000억원이 많은 357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전년도 본예산 대비 총수입이 적게 편성된 경우는 최근 10년간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2010년에도 감액규모가 2000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1조9000억원이라는 감액수치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세수입여건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입이 적으면 지출도 줄여야 하지만 지출은 늘였다.
 
복지공약 등으로 쓸 돈이 적지 않은데다 경기 회복을 위한 투자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증세 없는' 재원마련이라는 공약때문에 세수입증대를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경기 회복을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양쪽 모두를 충족하려다 보니 투자는 어정쩡해졌고, 재정수지는 개선되기가 어렵게 됐다.
 
투자촉진과 수출역량 강화에 투자하면서도 산업·중소기업·에너지분야 지출예산은 오히려 1.7% 감액됐고, SOC산업 지출은 4.3% 감액됐다.
 
한편으로는 SOC와 농림분야 감액규모는 정치권과 이익집단의 반발로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축소되면서 감액도 증액도 과감하게 하지 못한 결과가 됐다.
 
재정수지도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515조2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50조6000억원이 늘었고, 올 초 추경예산안보다도 34조9000억원이 증가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세수부진이 누적되면서 올해 본예산보다 2.2%포인트나 높은 36.5%로 뛰어 오를 예정이다. 이는 무려 17조원의 적자예산을 더한 올해 추경안보다도 0.3%포인트 높아지는 수치다.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자료=기획재정부)
 
당초 정부는 지난해 내 놓은 2012년~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4년에 470조6000억원의 국가채무와 31.4%의 국가채무비율을 전망했었다.
 
이번 예산안 편성과 함께 계획한 2013년~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1년만에 2014년 국가부채가 44조6000억원이나 불어나게 됐다.
 
재정수지 전망도 1년전보다 크게 어두워졌다.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2014년에 균형재정을 이루고 1조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번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25조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치가 수정됐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17년에도 관리재정수지는 7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 균형재정은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입장에서 보수적으로 전망했음에도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더욱 암울하다.
 
이석준 차관은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운용하기가 정말 어렵다"면서 "세수가 빠졌다는 것은 경제가 안 좋다는 얘긴데, 증세는 하기 어렵고, 빚을 내거라 지출을 줄이는 아주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 상태에선 지출을 줄이는 것보다는 빚을 약간 더 내서라도 지출하는 게 좋겠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정부가 증세를 정책과제에서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난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적자재정이 계속되면 건전재정 기조가 무너져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에 재정 파탄에 이를 수 있다"면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세제개혁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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