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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국회 경제민주화 입법 속도…재계 뒤바뀐 여야지형에 '비상'
이익공유제에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차기 대선까지 경제민주화 굳히기
2016-07-10 17:20:02 2016-07-10 17:20:02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20대 국회의 ‘경제민주화’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재계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졌다. 여소야대로 국회 지형이 크게 바뀐 데다, 새누리당도 총선 패배를 의식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고삐를 다시 죈다는 각오다. 차기 대선도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도층을 겨냥한 경제민주화 행보는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이에 각 그룹별로 대관팀을 재정비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달 들어서만 대기업 규제 법안이 줄을 섰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122명의 의원이 참여한 상법 개정안이 신호탄이 됐다. 개정안은 재벌기업의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를 압박해 들어간다.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사외이사 선출 시 근로자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선출권을 도입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외국계 투기자본에 제도가 오용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는 상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굵직한 법안들을 대거 입법 예고했다. 김영진 의원은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적용대상 확대 및 일몰기한 폐지, 법인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박용진 의원은 주식기부가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공익법인이 출연 받은 주식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후덕 의원이 발의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은 매년 업무상 질병심의위원회를 열어 질병인정기준을 확대하도록 규정한다. 정성호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해 법인세 감면 하한 설정을 상향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오제세 의원의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도 뜨거운 찬반 논쟁을 낳고 있다.
 
정의당도 심상정 의원이 초과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며 경제민주화 대열에 동참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이익개선 등 수탁·위탁기업 간에 합의한 목표를 달성한 뒤 위탁기업의 이익 중 목표 초과이익을 사전에 합의한 배분규칙에 따라 공유하는 계약모델로,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해 뜨거운 감자가 된 바 있다.  
 
입법 논의 단계의 차기 법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민의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마련키로 했다. 규제 회피나 예외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규제 범위를 확장하는 게 골자다.
 
더민주는 재벌 지배구조의 뇌관도 겨냥했다. 지난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존 순환출자 해소 법안을 재추진키로 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신규 순환출자 금지로 정리됐지만 기존 재벌들에게 특혜라는 비판에 20대 국회에서 다시 원안대로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롯데 등 주요 재벌들의 지배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삼성은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에 대한 계열사 지분을 해소하는 데만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또 롯데는 6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 최근 비자금 의혹 수사과정에서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가 문제시 돼 입법 추진의 논거가 되고 있다.
 
재계는 가뜩이나 대내외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경제활동이 보다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투자와 일자리 감소도 재계가 내세울 수 있는 카드다. 재계 관계자는 10일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지만, 동시다발적인 규제 법안은 다분히 포퓰리즘 성향”이라며 “정책 현실성과 부작용도 고려한 신중한 입법활동"을 촉구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순환출자의 폐해는 해소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막대한 자금 지출로 신규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지분매각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대선까지 규제 입법에 따른 경제계의 정치권 리스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경제민주화’를 수권 전략으로 굳힌 모양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새누리당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재벌개혁'을 당론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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